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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13코스/용수저지 올레-다시 올레길에 서다!! 본문

길이야기/제주 올레길

[제주올레길]13코스/용수저지 올레-다시 올레길에 서다!!

강/사/랑 2017. 9. 7. 21:29
 [제주올레길]13코스 - 용수저지 올레


  

해마다 여름휴가 때면 마눌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휴가지 선택을 두고 벌이는 언쟁인데, 해외여행과 국내여행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해마다 같은 내용으로 반복된다.


나는 해외여행에 얽힌 극한의 경험이 있어 그로 인해 생긴 깊은 트라우마(Trauma)를 하나 가지고 있다. 지금이야 해외여행이 너무나 보편화되어 누구나 외국을 건넌방 드나들듯 하지만, 예전에는 꽤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거나 좋은 기회를 얻어야 겨우 해외물 잠깐 맛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때는 개인적으로 해외여행 가기가 만만치 않던 시절이었다. 대부분 회사에서 업무로 출장을 가거나 포상 여행을 받는 것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나 역시 그러해서 꽤 여러 차례 회사 업무나 포상으로 해외여행을 갈 기회는 있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나와 해외여행은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그때마다 일이 꼬여서 나만 못 가게 되는 사태가 반복되었다. 해외여행 일정을 앞두고 빠질 수 없는 일정이 생기거나 해외여행 직전에 인사이동을 하게 되는 등의 일이 연달아 계속된 것이다. 서너 차례 그런 일이 반복되니 은근히 오기가 생기기도 하였다.


그러던 차에 다시 한번 해외여행의 기회가 생겼는데, 한 이십 년 쯤 전의 일이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 말겠다는 의지를 세우고 여러 걸림돌을 물리쳤다. 어찌어찌해서 잡다한 일상 업무를 미리 처리하고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오일 정도의 일정을 꽤 재미있고 알차게 보내기는 하였다.


그렇게 일정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집에 도착 전화를 걸었을 때 나는 청천벽력의 소식을 들어야 했다. 마눌로부터 셋째 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을 들은 것이다. 사십 대의 젊은 나이였다. 불우하였고 뜻대로 삶을 펼치지 못한 형이었다.


공항에서 집까지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없다. 닷새 만에 집에 돌아왔지만, 인사도 못 나눴다. 고향으로 가기 위해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는데 비로소 울음이 터져 나왔다. 다시 너덧 시간 차를 몰고 진주로 갔는데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아 그 먼 길을 어떻게 운전하여 갔는지 모든 기억이 깜깜하였다. 


그렇게 형을 보냈고 이후 나는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해외여행을 생각하면 무서운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나는 아직도 해외여행을 못 간다.


이런 내 심리상태를 마눌은 이해하지 못한다. 가슴 아픈 일이고 슬픈 기억이지만 두 사건은 우연히 겹쳤을 뿐이니 그런 생각은 버리라는 것이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것이 잘 안 된다.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매년 같은 내용을 두고 같은 언쟁을 벌인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마눌은 몇몇 해외여행 후보지를 선택해서 나를 독촉하고 나는 국내 여행 후보지 몇몇을 그녀에게 제시했다. 그렇게 답 없는 언쟁을 반복하다 휴가일이 도래했고 해외여행은 올해도 물 건너 가버렸다.


그리하여 내가 제시한 여러 후보지 가운데 그녀의 선택은 제주 올레길이었다. 제주 올레는 우리가 2013년에 처음 시작한 순례길이었는데 재작년 오월을 마지막으로 이 년이나 가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잘 되었다. 제주 올레는 이제 두세 차례 정도만 더 가면 완주가 가능하니 기회 생겼을 때 이 빠진 구간을 이어 놓을 필요가 있는 길이었다. 올해 역시 해외여행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마눌도 아쉬운 대로 제주 올레길 선택이 끌리기는 하였던 모양이다.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 입사 이후 여태껏 여름에 휴가를 가지 못했다. 매년 구월이나 시월에 휴가를 갔으니 말만 여름휴가지 실상은 가을 휴가를 갔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처음으로 이름 그대로 여름에 여름휴가를 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런저런 사유 얽힌 휴가를 가기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7년 8월 말일의 이야기이다.

 

 


다시 올레길에 서다!!


구간 : 제주 올레길 13코스(용수~저지)
거리 : 구간거리(15.2km), 누적거리(268.1km, 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17년  8월 30일. 물의 날.
세부내용 : 용수포구 ~ 절부암 ~ 한경면 충혼묘지 ~ 순례자의 교회 ~ 용수저수지 ~ 특전사 숲길 ~ 고사리 숲길 ~ 아홉굿마을 ~ 낙천의자공원 ~ 잣길 ~ 뒷동산 아리랑길 ~ 저지오름 ~ 저지마을회관
.


  

처음 한 달쯤 전에 검색할 때는 제주행 항공료가 아주 저렴했는데, 휴가지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휴가일에 임박해 검색하니 항공료가 꽤 비싸다. 아쉽다. 싸게 갈 수 있었는데...


그래도 항공편을 구할 수 있었다는데 만족하고 짐을 챙겼다. 제주는 먼 동네다. 바다 건너 그 동네에 가려면 준비할 것이 많다. 게다가 우리는 늘 야영으로 올레길을 걷고 있으니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낭에 담아야 한다. 산더미 같이 높아진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티켓 발급받고 수하물도 부쳤다. 땀 닦고 커피 한 잔 마시려 카페로 향하는데 항공사에서 전화가 온다. 수하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얼른 달려가서 보니 배낭 깊숙이 라이터가 하나 들어 있다. 모기향과 함께 넣어둔 것인데 미쳐 꺼내지 못했던 모양이다.


배낭을 보호하기 위해 김장비닐로 꽁꽁 묶었기 때문에 한바탕 다시 난리를 치고서 라이터를 꺼냈다. 재미있는 것이 라이터의 경우 수하물로는 안 되고 비행기내에 개인이 휴대하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바탕 소란을 겪은 후 아홉 시 조금 넘겨 김포공항을 출발했다.


 

저지오름/楮旨오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측화산이다(고도:215m). 비교적 가파른 깔때기형 산상 분화구를 갖고 있는 화산체이다. 산상의 분화구를 중심으로 어느 쪽 사면이나 경사와 거리가 비슷한 둥근 산체를 이루고 있다. 오름 각 사면에는 해송이 주종을 이루며 잡목과 함께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탐라순력도'(한라장촉)에 '당지(堂旨)', '탐라지도병서'와 '제주삼읍도총지도', '제주삼읍전도', '제주군읍지'의 '제주지도'에는 '저지악(楮旨岳)', '조선지지자료'에 '저지봉(楮旨峰)'으로 표기되어 있다. 지명은 오름 비탈에 '오름허릿당'이 있어서 '당마르' 또는 '당마로오름'이라 했다는 설, '닥마르오름'이란 변음을 한자로 '저지악(楮旨岳)'이라 표기한 것이라는 설과 '닥'의 뜻을 '높다'는 뜻인 고대어 '닥'과 관계가 있다는 설, 산(山)의 뜻인 고대어 '닫'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과 관련 있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제주 올레길 13코스 용수저지 올레 개념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2년 만의 제주행이다. 그동안 허리부상과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만큼 올레길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오랜만의 제주행이라 설렘이 컷다.

 

 


# 흐린날이었지만 구름 위는 쾌청하다. 오룩스맵을 열었더니 비행기 달리는 속도가 그대로 표시된다. 시속 오륙백 킬로미터는 예사다.

 



# 우리가 도착했던 날 바로 직전인 8월 26일에 제주는 교통체계가 전면 교체되었다. 외부인은 물론 제주 사람들도 바뀐 교통체계 때문에 혼란스러워 했다. 공항은 물론 제주 전역에 교통 도우미들이 정류소에서 안내를 하였다. 그런데 그들도 바뀐 체계를 정확히 몰랐다. 예전에는 동일주 버스와 서일주 버스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껴 많이 헷갈렸다.

 


# 급행버스가 새로 생겼다. 101번은 공항에서 동쪽으로 휘감아 서귀포로 가고 102번은 서쪽으로 휘감아 서귀포로 간다. 예전 동서일주 버스가 재주 섬을 반으로 나눠 운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102번 버스를 탔다.

 



# 애월, 한림 거쳐 한경면에 하차하였다.

 


# 우리 목적지인 용수리로 가기 위해서는 간선버스를 다시 타야 한다. 202번 버스를 타면 용수리로 간다.

 


# 용수리는 12코스 출발지이다. 우리는 2014년 5월에 이곳에서 12코스를 출발했다. 사실 그때는 이곳을 목표로 온 것이 아니라 동쪽 성산포를 목표로 시외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그런데 초짜 기사가 동일주 버스를 타야 하는 우리를 서일주 버스를 운행하는 자신의 버스에 타라고 해서 엉뚱하게 반대 방향으로 가고 말았다. 서일주 버스를 타고 성산포로 가자면 날이 저물 지경이라 지도 검색해서 이곳 용수에 하차하였고 계획에 없던 12코스를 걸었던 것이다.


 



# 3년 3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 섰다. 대신 이번에는 정확히 계획한 장소에 섰다는 점이 다르다.

 



# 정확한 13코스 출발지는 용수포구이다. 용수포구 까지 이르는 길은 3년 전에 이미 걸은 길이라 이번에는 생략했다. 기록은 3년 전에 찍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 용수포구에는 절부암(節婦巖)이 있다. 뱃일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목숨을 버린 열녀의 전설이 있는 곳이다.



 

# 가볍게 몸 푼 후 용수 교차로로 향했다.


 


# 교차로를 건너자 간새가 올레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 잔뜩 흐렸던 서울과는 달리 제주의 하늘은 청명하고 기온도 아주 높다. 동남쪽으로 잠시 들어가자 특이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 순례자의 교회란 아주 작은 건물이다. 한 두명이 기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실제 운영되고 있는 교회인 모양이다.

 



# 햇살이 아주 강렬한 날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기는 해도 워낙 기온이 높아 무더운 날씨다.

 


# 오르내림 없으니 숨가쁠 일은 아직 없다. 다만 햇볕과 무더위만 해결하면 된다. 

 

 



# 길 옆에 작은 수박이 점점이 떨어져 있다. 과실이 완전히 수박과 똑 같이 생겼다. 크기만 일반 수박보다 수십 배 적을 뿐이다. 자세히 보니 하늘타리 열매이다. 우리는 어릴때 저넘을 하늘수박이라 불렀다.

 



# 지금 이 동네 길 위에는 우리 두 사람과 우리를 따르는 긴 그림자 둘 뿐이다.

 


# 


 



# 언덕을 하나 넘자 제법 큰 저수지가 나타난다. 용수저수지이다.

 


# 저수지를 넘어 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저수지 둑길을 따라 진행했다.

 



# 용수저수지는 서부저수지라고도 부른다. 1957년 관개를 위해 조성하였는데 저수면적 16.3ha로 제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이다. 저수지 둑 너머로 당산봉이 건너다보인다.

 



# 지금 제주의 돌담에는 계요등(鷄尿藤)이 만발하다. 구렁내덩굴, 계각등이라고도 부른다. 덩굴성이라 등(藤) 자가 들어 갔는데, 계요(鷄尿)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아 닭오줌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 담장 아래에는 문주란(文珠蘭)이 커다란 도깨비 방망이 만한 열매를 맺고 있다.

 


# 우리 세대에게는 막걸리 한 열 잔쯤 마신 듯한 허스키 보이스의 가수 문주란과 함께 연상되는 야생초이다.

 


# 제주는 지금 가을 농사 준비가 한창이다. 

 


# 오랜만에 무거운 등짐 지게 하였더니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는 모양이다. 조금 걸으면 괜찮아질거요!

 


# 용수리 들길을 따라 구불구불 진행하였다.

 


# 뙤약볕 강렬하여 힘들었다.



 


# 농로를 따르다가 좌측 숲길로 들어간다.

 



# 특전사 숲길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제주에 주둔하는 13공수특전여단에서 (사)제주올레와 함께 복원한 3km 거리의 숲길이라고 적혀 있다. 요근래 개척한 길인 모양이다. 제주올레는 군부대의 협조가 많다. 중문해수욕장 지나 8코스의 갯깍해변길은 해병대가 조성해서 해병대길이라고도 부른다.

 

 



# 숲속으로 들어가니 비로소 햇볕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서늘한 숲공기가 아주 좋다.

 


# 뙤약볕 아래 걷다가 숲으로 들어오니 발걸음이 가볍다.

 


# 행복은 늘 짧다. 특전사숲을 벗어나자 곧바로 뜨거운 햇살이 덤벼든다.

 


# 도로를 따라 걷다가 이정표를 만났다. 다시 좌측 숲으로 들어가라 한다.

 


# 잠시 숲을 걷다 이내 다시 도로와 만난다. 그곳에 바람 시원하였다. 처음으로 배낭 내리고 바람맞이 했다.

 


# 바람이 기가 막히는 곳이다. 등판의 땀이 이내 식었다. 대신 모기의 공격이 심하였다. 더위 식히느라 방심한 순간 십 여곳 이상 물렸다.  


 



# 다시 긴 도로 순례가 시작되었다. 감귤 농장에 그물망을 둘러 놓았다.

 



# 조수리의 숲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쭉쭉 뻗은 소나무로 된 작은 숲이다. 세상 만물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쑥밭에 자라면 쑥대같이 엉크러지고 삼밭에 자라면 삼대처럼 곧게 뻗는 법이다.

 



# 그러다 다시 고사리숲길을 만났다.

 

 



# 짧고 작은 숲길이다. 곧 로타리가 있는 교차로를 만난다.

 



# 로타리에서 낙원로를 따라 진행한다.

 



# 잠시 도로를 걷다가 새로 지은 전원주택 마을이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꺾는다.

 



# 그러다 다시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는데 재미있는 이정목이 서 있다. 여러 개 국어로 된 경고문이다.

 


# 양봉철에는 꽤 많은 양의 벌통이 있고 지나 다니기 힘들 정도로 벌의 왕래가 많은 곳인 듯하다

 



# 저 새파란 감귤이 주황색으로 변하면 달디 단 귤물이 가득 차오르리라!

 



# 작은 의자들이 숲길가에 여럿 있다. 낮고 작아 우리처럼 대형 배낭 멘 사람은 앉을 수가 없다.

 



# 잠시 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 삼거리를 만나 우측 1136번 지방도를 택한다. 저지와 청수로 가는 낙수로이다.

 



# 아홉굿마을이란 큰 이정석이 서있다. 아홉굿은 아홉 개의 굿이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굿이란 샘을 가르킨다. 마을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이 마을의 지형이 분지형의 점토질이라 물이 잘 고이고 대장간이 발달하여 흙을 채취하다 보니 다시 연못이 여러 곳 생겨 그런 이름이 유래되었다 적고 있다.

 



# 거대한 의자가 길가에 서 있다. 낙천리 의자공원이다. 낙천리 주민들은 이곳을 지나는 객을 위해 느린 휴식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천 개의 의자를 마을 곳곳에 설치하였다.

 

 

 

 # 올레길은 의자공원 안으로 이어진다. 이 알루미늄 의자는 내가 사는 수원시에서 만들어 기증한 것이라 적혀 있다. 의자의 이름은 '생각의자(together thinking chair)'이다.

 


# 수다뜰이란 쉼터가 있다. 안에서 대화 소리가 들리는데 인기척을 내도 내다보지 않아 쉬지 못하고 지나쳤다.

 

 



# 수다 좀 떨고 가려했지만, 주인들이 자기들 수다에 빠져 객 온지 몰라 올레 스탬프만 찍고 통과하였다.

 

 


# 온갖 종류의 의자가 공원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 공원 끝에 낙천리 잣길이 있다. 화산폭발로 흘러내린 돌을 이용해 농지의 돌담으로 만든 길이다.

 


# 파란 들과 구불구불한 검은 돌담이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곳이다.

 


# 잣길을 벗어나 낙천리 농로로 접어든다.

 



# 멀리 가야 할 저지오름이 보인다. 분화구가 넓게 형성되어 평평한 지형을 이뤘다. 낙동정맥을 종주하다 보면 경주 근처에서 '관산'을 만난다. 관산은 멀리서 보면 관(冠)을 닮았다는데, 내 눈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닮았더라. 그 관산의 오르막은 무시무시하게 가팔라 오르자면 코가 땅에 닿게 되어 있다. 저지 오름도 여기서 보니 그 관산을 닮았다. 그래도 제주의 오름이니 관산처럼 가파르지는 않겠지?

 



# 길가 돌담에 으아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으아리는 우리나라 각처의 들과 산에서 자생하는 덩굴식물이다. 그동안 산에서 자주 만났는데 아주 여리고 약한 덩굴이 대부분이었다. 이곳 제주의 으아리는 바닷바람 맞으며 강하게 자랐는지 아주 굵고 강한 덩굴이다. 미나리아재비과이다. 독성이 있어 그냥 먹으면 맵고 아리다. 으아리란 이름은 그렇게 얻었다 한다. 꽃말은 '고결'이다.

 


# 마을 농로를 길게 진행하였다. 이 동네 사람들은 크고 장대한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의자마을에 진격의 거인이 앉을 만한 거대한 의자 있더니 마을길 곳곳에 큰 바위를 세우고 갖가지 글귀를 새겼다.

 



# 마을길을 벗어나 돌 이정표가 대문을 이룬 작은 언덕을 오른다. 이 언덕도 오름이다. 이름은 송아오름이다.

 


# 배낭무게 때문에 꽤 힘들어 한다. 근래 야영산행이 좀 뜸했던 탓도 있고 오늘 날씨가 너무 무더운 탓도 있다.



 


# 언덕을 올라서자 다시 농장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이곳은 콩 농사를 많이 짓는다. 돌담 속에 온통 파란 콩잎 가득하다.

 



# 구불구불 농로를 따라 진행했다. 힘이 많이 들었다. 그곳에 삼거리가 있고 작은 벤치가 있다. 배낭 내리고 쉬었다.

 



# 언덕 멀리 너머에 바다가 있다. 그곳에서 출발한 바람이 이 언덕을 넘고 있다. 시원하였다. 고마운 바람이다.

 


# 농로 주변이지만 지대 높아 바다가 보였다. 그 바다 위로 노을 지고 있다.



 



# 갈 길은 아직 먼데 시각이 늦어 노을이 지고 있다. 마음이 급하였다. 언덕을 길게 치고 올랐다.

 


# 언덕 위에 멋진 정자나무가 서 있다. 그 우측엔 은퇴하여 귀농한 듯한 부부가 사는 전원주택이 있다. 부부는 큰 개 두 마리 끌로 산책나갔다. 좋은 곳에 산다. 부럽다.



 



# 뒷동산 아리랑길이라 적어 두었다. 구불구불 아리쓰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라 그런 모양이다.

 



# 네이버 지도에는 이곳에 여러 동산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군남동산, 일체동산, 현장이동산 등등...

 



# 오늘  구간 마지막 포스트인 저지오름까지는 한 번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구불 구불 휘어지며 여러 고개를 지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구간 마지막이라 꽤 힘들었다.

 



# 언덕 오르다 돌아보니 노을 지는 한경바다가 보였다.

 



# 길게 구불구불 휘감으며 올랐다.

 

 



# 저지오름은 아직이다.

 

 

 



# 저지오름 좌측에 도착했다. 그런데 자동차길이 오름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동력장치 없는 것이 아쉬웠다.

 


# 닥마르오름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종이 만드는 닥나무가 많아 닥몰 또는 닥모르 등으로 부른 모양이다. 저(楮)는 '닥나무 저'이다.

 

 


# 한 굽이 돌아 오르자 주차장이 나온다. 자동차 몇대가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 끝에 오름 입구가 있다.

 



# 한 차례 올리면 오름을 휘감는 임도가 나온다. 오름 산책을 마친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 잠시 우측으로 가자 임도는 계속 우측으로 가고 위쪽으로 오름 정상가는 길이 열려 있다. 나중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면 그냥 배낭 이곳에 두고 가면 되는데, 걱정 많은 이와 함께 있으니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 올라 가보세! 끙차! 배낭 무겁다!

 

 


# 한 차례 오르자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올레 방향 표시는 우측으로 분화구를 휘감아 정상 찍고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되어 있다. 정상은 좌측이 가깝다. 그냥 좌측길로 갔다.

 


# 금세 정상에 도착했다.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다.

 



# 널찍한 정상 전망대이다. 물만 넉넉했다면 이곳에서 야영했을 것이다. 물이 부족하여 그럴 수 없었다. 아쉬웠다.

 

 


# 왼쪽부터 널개오름, 비양도, 그리고 느지리오름이다.

 


# 느지리오름, 쌍으로 된 금오름, 그리고 당오름과 이시돌오름이 보인다. 한라산은 박무때문에 흐릿하다.

 


# 산방산도 흐릿하지만 멀리 보인다. 그곳 아래 화순금모래해변에 있는 10코스가 올레길 중 이빠지 듯 남은 구간이다.

 


# 금악리 금오름 앞에 소형 풍차가 몇 기 설치되어 있다.

 


# 저쪽 노을 속에 길게 누워있는 것이 차귀도이지 싶다.

 


# 저지오름의 분화구는 아주 깊다. 수풀이 우거져 안은 보이지 않았다. 해 지고  바람 강하게 불어 사진이 흐려졌다.

 


# 비양도 우측으로 갈치잡이 배의 불빛이 벌써 밝아졌다.

 



# 전망대 아래에도 두 개의 큰 데크가 있다. 야영지로는 그만이다. 다만 물이 없어 야영하지 못해 아쉽다.

 



# 차귀도 방향으로 노을 짙다. 차귀도는 고등어낚시가 유명하다. 오래 전 저곳에서 고등어낚시를 했다. 잠깐 동안에 삼백 마리를 잡았다. 뒷날 예정했던 한라산 산행을 포기하고 다시 낚시를 하였다. 이번에는 오백 마리쯤 잡았다. 한 번 낚싯대 담그면 열 마리씩 잡혔다. 대단한 경험이었다.

 


# 먼 나라의 방향을 표시해 두었다. 별 의미 없는 일이다. 옳은지 그런지 판단할 수도 없다.

 


# 이 커플은 내가 오기 전부터 있었는데 정상을 떠나고도 오래 저 상태였다. 대화도 움직임도 없이. 금방 어두워졌는데 어떻게 하산하였는지 모르겠다.

 


 # 정상을 떠나 갈림길로 돌아오자 금세 어둠이 찾아왔다. 하산길은 금방이겠거니 하고 등불 없이 갔다. 지친 상태로 야간산행을 하면 평소보다 훨씬 힘이 든다. 게다가 우리는 무거운 등짐까지 졌으니 더욱 그랬다. 중간에 갈림길도 있고 바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르내리기도 하였다. 등불 밝혀야만 했다. 오름을 반바퀴 휘감아 아래로 내리니 작은 체육공원이 나온다. 그 아래에 저지마을이 있다. 마을로 내려와 저지오름을 돌아 보았다. 꽤 힘든 길이었다.

 



# 마을로 내려오니 편의점 불빛이 환하다. 제주의 첫날이니 회나 흑돼지가 먹고 싶었다. 그러나 편의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다. 저지마을 쪽으로 내려가니 동네슈퍼가 있다. 물과 연료를 구하면서 돼지고기 얘기를 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주인이 판매용이 아니라 자기들이 먹으려고 보관하던 흑돼지고기를 가져왔다. 두 사람 먹을 만큼만 구입했다. 고마운 일이다.

 


# 저지마을회관으로 갔다. 넓은 마을회관 마당에 멋진 정자가 있다. 마눌 더러 기다리라 하고 마을회관 주변을 살피니 뒷쪽에 커다란 체육관이 있고 마을 어르신들이 게이트볼 게임을 하고 계신다. 정자에서 하룻밤 묵겠다 하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 제주에서의 첫밤을 이곳 저지마을회관에서 보내게 되었다.

 


# 마을 한가운데 있고 자동차 길이 곁에 있지만 의외로 고요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빨간 우리 텐트가 삼 년 만에 다시 제주의 밤을 밝힌다.

 



# 동네슈퍼에서 구입한 흑돼지고기로 저녁 만찬을 즐겼다. 가게 주인이 자기들 먹으려고 최고 좋은 고기를 준비했던 모양이다. 누린내 없이 맛난 고기였다. 삼 년만에 다시 맛보는 제주 막걸리도 아주 맛났다.

 


힘든 하루였다. 오랜만에 무거운 등짐 지고 뙤약볕 아래 걸었더니 제법 힘이 많이 들었다. 그동안 우리는 봄, 가을이나 겨울에 올레길을 걸었다. 이번처럼 한여름에 걷기는 처음이었다. 제주의 뙤약볕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삼 년만의 만남이라 제주의 산하는 반가움 그 자체였다. 그것으로 충분하였다. 저지 마을회관에는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어 세수도 가능하였다. 깨끗이 씻고 텐트로 돌아왔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다 언제 잠든지 모르고 꿈나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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