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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칠보산/七寶山-신년 일출산행(日出山行)!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일반산행]칠보산/七寶山-신년 일출산행(日出山行)!

강/사/랑 2018. 5. 31. 14:12

[일반산행]칠보산/七寶山 



해마다 새해가 되면 짐 꾸려 일출(日出) 산행을 가곤 했다. 그 방식은 주로 산정(山頂)에서의 야영 산행이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을 하늘 가까운 산정에서 맞이하고 신년 새아침의 붉은 해를 맞이하노라면 한 해의 다짐과 기원(祈願)으로는 더할 나위 없었기 때문이다.


세밑의 산정은 극도로 춥다. 손발 차가운 마눌에게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래서 늘 일출 산행은 마눌과의 신경전으로 이어지기 일쑤이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나는 먼 곳의 야영을 주장했고 그녀는 가까운 동네 산에 가벼운 몸으로 오르기를 원했다.


새해부터 내 고집만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해주기로 했다. 우리 사는 곳 근처에는 산이 꽤 많다. 관악산, 수리산, 광교산 등등... 그중에서 가장 가까운 산은 '칠보산(七寶山)'이다.


칠보산은 수원둘레길을 이루는 산이다. 우리집에서는 걸어서 20여 분이면 산 아래 들머리에 도착할 수 있다. 그동안 가볍게 산책하듯 두어 차례 올라본 산이다.


수원으로 이사 온지 서너 해 되었지만, 아직 일출 산행으로는 가보지 못 했기에 올해 일출산행지로 칠보산을 선택했다. 칠보산은 그 산 속에 일곱 개의 보물을 품고 있다는 산이다. 그곳에서 일출을 보고나면 올 한 해 경사스런 일이 일곱 개 쯤은 넉넉히 확보되어질 듯한 느낌이다. 그런 바람 안고 일출 보러 칠보산을 향했다.




신년 일출산행(日出山行)!


일시 : 2018년 1월 1일. 달의 날.

 

 

새벽 일찍 눈을 뜨기는 했지만, 따뜻한 침대 밖으로 쉽사리 빠져 나오기 어려웠다. 둘이서 함께 게으름 피우다 시간에 쫓겨 침대 탈출을 감행했다. 가볍게 씻고 짐 챙겨 집을 나섰다.


원래 계획은 아예 집에서 부터 걸어갈 작정이었지만 늦잠 자는 바람에 자동차를 이용해야 했다. 얼어붙은 들길 가로질러 칠보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칠보산 입구 오르막이 완전히 빙판길로 얼어붙어 있다. 최대한 방향 조정 없이 중간에 멈추는 일 없이 얼음판 등판 기술을 구사해 위로 올라갔다. 승용차 두어 대는 미끄러지며 난리 피우다 포기하고 아랫쪽에 주차하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산 가까이 접근했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칠보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칠보약수터 옆 들머리를 통해 칠보산을 올랐다. 숲속이 캄캄하였다. 눈이 하얗게 깔려 있어 등불 없이도 오를만 했다.




# 윗쪽으로 올라가자 순식간에 날이 밝아왔다. 마음이 급해졌다. 서둘러 봉우리 하나를 치고오르면 그곳에 산불감시탑이 서 있다. 저곳에 오르면 일출을 최고로 잘 볼 수 있겠다 싶지만, 정상에서 보는 것과는 감흥이 다를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 고개 하나를 지나고 맨발로 걷는 길을 지나 한차례 오르면 제1전망대가 나온다. 출발이 늦었기에 정상 대신 이곳에서 일출을 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자 위에 올라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자 주변으로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 그냥 그 자리에서 일출을 보았어야 했는데, 사람들 너무 많아 다른 곳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다. 정상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런데 나는 이날 칠보산 등로에 대해 약간 착각을 하였다. 칠보산은 수원둘레길 하면서 지나갔었고 산책으로도 지나간 곳이라 정상이 제1전망대에서 매우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10여 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정상은 1전망대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1시간이 넘게 걸릴 거리였던 것이다.




# 마눌은 그냥 제1전망대에서 일출 감상을 하지 무얼 또 가냐고 불만이 많았다. 좋은 전망에서 일출 보자면 좀 더 가보자 설득하여 길을 나섰다. 잔봉을 두어 개 넘어 가는데 좌측 멀리 하늘이 붉게 열리고 있었다.





# 마음이 급해 발길을 서둘렀다. 칠보산은 근교산이라 등로가 아주 다양하고 갈림길이 많다. 체육시설이 있는 갈림길에 이정목이 서 있었다. 그곳에서 비로소 정상까지의 거리를 알게 되었다. 해가 중천에 떠야 도착할 거리였다. 마눌의 입이 한 발이나 나왔다. "미안하오! 착각하였소!"




# 결국 정상에서 일출을 보지 못하고 등로 옆 숲 너머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게 되었다. 둥글게 솟아 오르는 일출을 보고자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 고집이 원인이다. 올바르지 못한 정보 역시 원인이고. 그러나 자책은 나중 일이고 지금은 올해의 첫 해를 맞이해야 할 일이다. 비록 숲에 가려 온전하지 못하기는 해도 새해 첫 일출은 뜨거웠다. 가슴 열고 그 첫해를 맞이했다.





# 정상에 이르는 길은 내내 숲길이었다. 중간에 일출을 볼 공간은 없는 것이었다. 한 차례 길게 밀어올려 정상에 도착했다.




# 칠보산 정상은 조망이 좋은 곳이 아니었다. 이곳에 제 때 도착했어도 온전한 일출은 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처음 만났던 제1전망대가 가장 좋은 일출 조망처였던 셈이다. 붉은 빛을 버리고 이제 흰색으로 변하고 있는 해이지만, 정상에서 만났으니 한 번 더 그 뜨거움을 맞이할 필요가 있었다. 가슴 열어 첫해와 다시 교감하였다.




# 정상석도 한 번 어루만져 주고.





# 일곱 보물을 얻는 행운도 기원해 보았다.




# 정상에 도착했고 새해도 맞았으니 설 음식도 먹어줘야 했다. 그래야 온전히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는 것이다.




# 설에는 역시 떡국이다. 산정에서 떡국을 끓일 수는 없으니 뜨거운 물 부어 먹는 간이 떡국을 준비했다.




# 요즘은 기술이 좋아 이런 인스턴트 음식도 제대로 맛이 나게 만들어졌다. 뜨거운 음식 들어가니 한결 몸이 풀리고 마음도 너그러워졌다. 마눌은 내 고집과 추위 때문에 느꼈을 여러 감정들을 정상에서의 감흥과 뜨거운 음식으로 완전히 풀었다. 막걸리 한 잔 곁들였으면 좋으련만 새해 아침부터 술 먹기 뭐해서 뜨거운 차로 대신했다.




# 원래 내 생각은 제2전망대 거쳐 용화사쪽으로 하산할 작정이었지만, 새벽의 일도 있고 해서 마눌의 바람대로 정상에서 바로하산하는 길을 잡았다.




# 하산길은 눈이 많아 상당히 미끄러웠다. 조심조심 발걸음 옮겨 하산하였다.




# 해는 점점 위로 고도를 높였고 그만큼 기온도 점점 올라 갔다.





# 스틱 꼭꼭 찍어가며 조심조심 하산하였다.




# 산 아래로 내려오자 눈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칠보산 아래 호매실동으로 하산하였다. 이제는 차량 회수가 문제다. 비록 동네산이기는 해도 칠보산은 제법 옆으로 길게 누워 있는 산이다. 우리가 차를 세워둔 칠보약수터 앞 주차장까지는 5km 가까이 걸어가야 하는 먼 길이다.




# 빠른 걸음으로 내달렸어도 한 시간 십여 분이 넘게 걸렸다. 새벽 일찍 일어나 잠이 모자란 데다 먼길을 걸었더니 많이 피곤하였다.




# 오래 걸은 후 새벽에 출발했던 칠보약수터 앞 들머리에 도착했다.





# 새벽 어둠을 뚫고 저 계단길을 걸어 올라 갔었다. 이 등로는 수원둘레길이 지나는 길이다. 몇 해 전 처음 이 동네로 이사온 기념으로 수원둘레길을 걸었고 저 산길을 올라 갔었다.




# 자동차 회수하면서 돌아보니 수리산 슬기봉의 공군부대가 똑바로 건너다보인다. 저곳 군인들은 오늘 새해 일출을 제대로 보았겠다. 부지런한 병사들에게 한정된 일이겠지만.



그렇게 2018년 새해 일출을 칠보산에서 맞이했다. 내 잘못된 정보와 고집 때문에 마눌 고생시키고 나뭇가지에 걸린 일출을 보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불 속이 아닌 산정에서 맞이한 일출은 그대로 의미 충분하였고 그로써 올 한 해도 잘 보낼 수 있을 터였다. 그것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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