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일반산행]장산/長山 - 야간산행(夜間山行)! 본문

산이야기/일반 산행

[일반산행]장산/長山 - 야간산행(夜間山行)!

강/사/랑 2018. 7. 24. 17:49

[일반산행]장산/長山 



사람의 삶은 거친 바다 위의 나뭇잎 하나이다. 물결의 높이 만 장에 이르니 그 물결 너머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 사람의 삶은 천산북로(天山北路)의 먼지 한 톨이다. 그 길 굽고 휘고 꺾여 있어 그 길 너머가 어떠할지 또한 알 길 없다.


그리하여 사람의 한살이는 파란만장(波瀾萬丈)과 우여곡절(迂餘曲折)의 연속이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휘날리고 흔들리어 그 물결 너머와 바람 건너를 가늠키 어려운 것이다. 그것이 나뭇잎과 먼지의 운명이며 한계이다. 


삶은 사람이 그리는 무늬다. 내 삶의 무늬는 파란만장하고 우여곡절하였다. 내 삶의 길은 곧은 길이 아니라 휘어서 꺾여 있고, 내 앞을 막아선 파도는 만 장으로 높았다. 그리하여 이리저리 부딪치고 넘어졌다. 물에 젖고 피멍 들어 괴로워했다.


굽은 길을 헤매고 높은 파도에 휩쓸리다 보면 자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아닌 다른 길에 서 있었고 다른 바다에 떠 있었다. 그 바다 낯설고 그 길 생소하였다. 낯설고 생소하면 두려워지는 법이다. 두려움은 사람으로 하여금 소심하고 경직되게 만든다.


오랜 세월 젖고 상처 난 몸으로 자주 절망하였다. 낯선 길 위에서 갈 곳 몰라 방황하였다. 그러나 사람의 길과 바다가 언제나 어둡고 난폭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햇살 밝고 파도 잔잔한 날 곧잘 찾아왔다. 그리하여 다시 길을 찾고 노 저어 가야 할 바다를 건너갔다.


그렇게 나만의 무늬를 그리며 갈, 봄, 여름 그리고 겨울을 여럿 보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배움의 존재이다. 시련에 적응하고 해결책을 배우다 보면 높은 파도도 굽은 길도 그럭저럭 견딜 만 해지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그리하여 파도 높고 길 굽어 앞이 보이지 않아도 어느 순간 걱정보다는 호기심이 생기고 도전의식도 생기게 된다.


그것이 인간이 그리는 무늬이고 그 무늬가 시련을 극복한 흔적(痕跡)이다. 그렇게 우리는 파도 헤치고 어두운 길 걸어 또 한세월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나는 올해 들어 갑자기 부산 시민이 되어버렸다. 높은 파도와 휘어진 길이 문득 나를 부산으로 인도한 것이다. 내 일생 부산은 낯선 고장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부산에 있는 친척집 세 곳을 돌며 한 달 동안 머물었던 것을 제외하면 채 열 번도 못 와본 고장이었다.


최근에는 여러 해 전 낙동정맥(洛東正脈) 종주하면서 부산 산줄기 걷느라 몇 차례 방문한 것과 세미나와 회의 참석차 대여섯 차례 온 것이 부산 방문 전부였다.


그런데 작년부터 회사 일 때문에 자주 방문해야 할 일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금년 늦은 봄에 부산 시민이 되기에 이르렀다. 부산의 관계사를 내가 책임지게 되었는데, 타의반 자의반으로 그렇게 되었다. 회사의 명령이니 타의요 의무감 같은 것으로 내가 선택했으니 자의였다.


처음 부산 직원이 광안역 근처에 숙소를 잡아주었다. 광안해수욕장이 가까워 저녁에 운동하기에는 좋았지만, 온 동네에 서린 악취 때문에 영 곤란했다. 부산은 낡은 도시이다. 아마도 우수(雨水)와 오수(汚水)가 분리되지 않고 함께 뒤섞여 바다로 흘러가는 모양이다. 광안 일대의 거리는 맨홀 구멍에서 올라오는 악취로 걸어 다니기가 어려웠다.


두세 달 그곳에 살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센텀시티에 있는 회사 근처의 재송동으로 숙소를 옮겼다. 재송동은 장산(長山) 자락에 위치한 동네다. 온 동네가 산비탈에 위치해 굳이 산에 오르지 않아도 늘 등산하는 기분으로 살 수 있는 곳이다. 악취에서도 벗어났다. 다만 이곳은 대형 마트나 시장이 멀어 식사 해결이 좀 곤란한 단점은 있다.


새 숙소는 회사가 가까워 아침저녁 걸어서 출퇴근한다. 그 길 내내 장산이 좌우로 따라다닌다. 사무실에서도 창을 열면 장산이 건너다보인다. 매일 눈에 보이다보니 저 산을 부산 입성(入城) 기념으로 한 번 올라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매주 금요일 오후에 퇴근해서 KTX 편으로 귀경해야 한다. 그리고 월요일 본사에서 회의 참석하고 당일 근무한 후 저녁 차편으로 부산에 내려간다. 따라서 백주(白晝)에는 장산에 오를 시간이 없는 것이다. 결국 야간산행밖에 기회가 없다는 얘기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대부분 슬픈 일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좋은 점도 가끔은 있다. 헛된 욕망에서 자유롭고 허망한 정염(情炎)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등이 그렇다. 나도 꽤 나이를 먹었다. 닿을 수 없는 높은 곳과 가져봐야 허망한 불꽃에서 제법 벗어났다 싶었다. 그리하여 차분한 눈과 적당히 식은 피로 한세월 보내고 있었다.


올해 여름은 유난하다. 백여 년 만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열기를 머금은 도시는 밤낮으로 뜨겁다. 이 여름 문득 나는 부산 시민이 되었다. 혼자 보내는 부산의 밤은 뜨겁고 길다. 덩달아 내 혈관 속의 피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피를 좀 식혀야 했다.


그럴 요량으로 장산을 오르자 했다. 인터넷으로 공격용 배낭과 헤드랜턴을 얼른 내렸다. 모두 집에 있는 것들이다. 중복 구매이지만 어쩔 도리 없다. 택배로 물건 도착한 날 곧바로 짐 챙겨 집을 나섰다. 집에서 등로 입구가 있는 재송초등학교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해 지고 땅거미 들어 시각 제법 깊었지만, 공기도 지면도 여전히 뜨겁다. 덩달아 내 몸도 피도 함께 달아올라 있다. 이제 천천히 어둠 뚫고 산정으로 오를 작정이다. 한 호흡 가쁘게 치고 올라 정상에 서면 해운대 앞바다가 발아래일 것이다. 그곳 바닷바람 온몸으로 달려들 것이다. 그러면 뜨거운 이 여름밤이 그리고 내 몸이 차분히 가라앉으리라. 차분히...




야간산행(夜間山行)!


일시 : 2018년 7월 19일. 나무의 날.

 

일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 대신 간단하게 미숫가루 한 잔 타 먹고 집을 나섰다. 해 넘어간지 한참이지만, 공기는 여전히 뜨겁고 습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열기 가득한 전기밥통 속 같은 상태이다. 마른 장마가 이어지고 태풍은 이 땅을 비껴간다. 하늘이 비를 멈추자 강과 들은 마르고 공기는 뜨거워졌다. 산천에 물기 사라지니 자연히 대기가 달아 오르게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임금이 무도(無道)하면 하늘이 먼저 알고 징조(徵兆)를 보였다 한다. 무능했던 지도자를 억지로 끌어내리더니 뒤이어 무도한 자들이 그 자리를 꿰어찼다. 사람의 도(道)가 진실의 도(道)가 순리의 도(道)가 무너지고 짐승과 거짓과 역리의 무도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해 넘어갔어도 무도한 세상은 열기로 가득하다. 잠시 걸었을 뿐인데 금세 땀범벅이다. 내가 살고 있는 재송동은 산비탈에 형성된 마을이다. 곧장 위로 올라 도로를 건너고 다시 골목길을 한참 구불구불 오르면 재송초등학교가 나온다.


재송초등학교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니 명유그린아파트가 나오고 그 우측에 장산 들머리가 있다. 이곳 들머리까지 오는 길이 등산에 다름없다. 그만큼 이 동네는 가파른 산비탈에 바탕하고 있다.


장산/長山


높이 634m이다. 옛날에는 상산이라 불렸다. 전설에 따르면, 상고시대에 산 아래 우시산국(于尸山國)이 있었는데 '尸'는 고어로 'ㄹ'로도 읽고 'ㅅ'으로도 읽으므로 '울산' 또는 '웃산'이 되었다가 옛 동래지방에서 '웃뫼'라고 부르면서 상산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대마도(對馬島)를 바라보기에 가장 가깝다. 라고 기록되어 있듯이 맑은 날이면 남서쪽 약 50㎞ 지점 해상에 쓰시마섬이 뚜렷하게 보인다. 오랫동안 군부대가 주둔해 입산을 금지한 탓에 도심지에 가까우면서도 자연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어 주말 산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산행코스가 많고, 특히 5~6부 능선 위에 산허리를 한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산행 시간은 코스에 따라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7~8시간까지 걸린다.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장산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처음 부산에 내려와서는 광안역 근처에 숙소를 마련했다. 숙소에서는 광안해수욕장이 가까웠다. 퇴근 후 매일 광안해수욕장으로 운동을 나갔다.




# 광안 바다는 낮보다 밤이 아름다웠다.  매일 그 바닷가에서 운동하며 낯선 도시에서의 황망함을 달랬다.




# 나에게 부산은 멀고 낯선 고장이다. 좁고 가파르고 번잡하며 거친 이 동네에서 나는 황망하였다. 이 바다의 야경이 없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 그러나 결정적으로 광안 일대는 악취가 너무 많은 동네였다. 간선도로와 골목길을 가리지 않고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숨 쉬기 힘들게 만들었다. 신기한 것은 이 동네 사람들은 그 악취를 별로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 개월 버티다가 손을 들고 말았다.


부동산에 연락해서 냄새 없는 동네를 최우선으로 요구했다. 그래서 사무실과 가까운 재송동에 숙소를 구했다. 여기도 오래된 동네이기는 해도 다행히 냄새는 없었다. 여기서는 수영강이 가까워 매일 저녁 그곳으로 운동을 나갔다. 그런데 아침저녁 출퇴근 하노라면 늘 장산이 나를 따랐다. 장산의 유혹이었다.


퇴근하면서 올려다 본 장산. 정상부는 꽤 멀어 보인다.




# 한 차례 등산하듯 동네 골목길을 치고 올랐다. 재송 초등학교 우측 골목길로 들어가면 장산 들머리가 나온다. 




# 이곳 들머리는 명유그린아파트 뒷쪽 골목에 있다.




# 적외선 센서가 달린 쓰레기 투기 담시 카메라가 내 인기척을 감지하였다.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경고 방송을 한다.




# 약수터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 체육시설 좌측으로 등로가 이어진다.




# 해 넘어간지 한참이라 숲속은 어둡다. 휴대폰 카메라를 최대한 밝게 조절하여야 비슷한 사진이라도 건진다.  



# 물소리 시원한 계곡을 만났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둘이 장난하며 놀고 있다. 금세 캄캄해질 시각인데 겁도 없는 녀석들이다. 내가 걱정하면 오히려 나 때문에 놀라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 갈림길이 나타난다. 좌측 길은 너덜길 통해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 길은 숲길 따라 오르게 되어 있다. 나는 좌측 길을 택했다.





# 어느새 숲속은 완전히 캄캄해졌다. 한차례 위로 오르니 이곳저곳에서 모이는 갈림길이 있고 그 길 끝에 약수터가 있다. 우측 성불사 쪽에서 올라온 이들이 까르르 깔깔 웃고 떠들며 물을 받고 있다. 나도 물맛 한번 보고 다시 길을 나섰다.




# 정상까지는 1.5km 더 올라 가야 한다. 넉넉 잡아 사오십 분이면 도착할 거리다.




# 잠시 위로 오르면 숲을 벗어나고 산허리를 휘감는 임도를 만나게 된다. 이 임도를 건너 맞은편 숲으로 다시 들어 갔다.




# 등로는 잠시 숲길을 따르더니 우측 너덜지대로 이어진다. 이곳 장산 너덜은 굉장한 규모이다. 산능선 전체를 너덜이 뒤덮었다. 백두대간 설악 황철봉의 너덜을 연상시킨다.




# 숲이 사라진 너덜지대이니 아래쪽으로 조망이 열렸다. 센텀시티와 수영강 일대의 인간세가 발아래이다.




# 금련산과 우측에 작게 솟은 배산이 보인다.




# 반달보다 조금 더 부풀은 달이 두둥실 떴다.




# 조망 구경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한 10여 분 너덜지대를 따라 올랐다.




# 너덜이 끝나는 곳에 다시 약수터가 있다. 물을 준비하였지만 한 잔 받아 마셨다. 이곳 물맛도 괜찮은 편이었다.




# 배산 앞쪽의 망미동 일대와 우측의 연산동 일대 불빛이 휘황하다.




# 약수터 우측에 체육시설이 있다. 등로는 그곳 뒷쪽 숲속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아직 700여 m를 더 가야 한다. 그런데 이곳부터는 숲길이 이어지는데 경사가 점점 급해지는 형상이다. 한걸음 한걸음 위로 올랐다.


밤이 깊었음에도 열대야가 이이지는 폭염의 밤이라 숲속은 덥고 습했다.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한참을 위로 오르는데 갑자기 헤드랜턴의 불빛이 사라져 버렸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랜턴인데 건전지 소모가 아주 높은 편인 모양이다. 배낭 내리고 혹시나싶어 준비했던 새 건전지로 교환했다.


그런데 다시 밝아진 불빛이 비춘 곳은 작은 묘지이다. 하필이면 묘지 앞에서 건전지가 다 되었던 모양이다. 평소 혼자 하는 야간산행이나 밤중에 묘지 만나는 것이 예사여서 단련이 된 사람인데 갑작스런 묘지의 등장이라 잠깐 놀랬다.




# 이십 여 분 더 위로 올랐다. 이윽고 숲을 완전히 벗어나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했다.




# 그곳에 서니 광안대교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 좌측으로는 해운대의 야경이 휘황하다.




# 휴대폰 카메라로 야경을 찍자하니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수가 없다. 게다가 이곳은 휴대폰을 올려 둘 만한 평평한 바위도 없다. 최대한 숨을 참으며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이 최선의 결과물이다. 삼각대 없으니 어쩔 도리 없다.




# 한참을 야경 구경하다가 위로 올랐다. 장산은 정상에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철조망 바로 앞에 정상석이 설치되어 있다. 나는 장산에 대한 정보가 적었다. 내가 짐작하기를 명색이 부산 해운대의 산이니 정상부가 데크 혹은 정자 같은 시설로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니 철조망 앞 비탈진 곳에 정상석 하나 서 있을 뿐이다.




# 정상석 주변은 울퉁불퉁한 바위들로 되어 있다. 그 중 한 바위 위에 올라 자리 잡았다. 짐 내리고 발아래 인간세를 감상하였다. 해운대와 광안대교의 야경이 그림같다.




# 재송동으로 이사 오기 전 저곳 광안해수욕장에서 매일 밤 운동했었다. 바닷가 걸으며 바라보던 풍경을 이곳 장산에서 내려다 보니 감회가 새롭다.




# 바벨탑 같이 쌓아 올린 해운대 마린시티의 아파트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솟아 있다.




# 간단한 간식 안주로 캔맥주 한 잔 마셨다. 이 시각 장산 정상에는 오직 나 홀로이다. 인간세의 불빛 내려다 보며 술 한 모금 마시니 저 아래 세상의 온갖 욕망과는 벗어난 듯한 기분이다.




# 바위 위에 홀로 앉아 오래 인간세를 감상하였다. 저곳으로 다시 내려가면 나도 한 덩이 욕망 덩어리일 터이지만, 일단 지금은 욕망도 정염도 나와는 별개이다. 온갖 화려한 불빛과 속삭임 속에 한껏 달아 올랐던 내 피도 이곳에서는 차분히 가라앉았다.




# 밤공기에 오래 노출되어 몸이 으슬으슬해 질 무렵 짐을 다시 챙겼다. 부산사람들은 저곳 억새밭에서 마시는 막걸리 맛이 일품이라 추천한다. 다음에는 시간 넉넉히 잡아 저곳으로 하산하여 억새밭 구경을 해 봐야겠다.




# 정상에서 한 시간 가까이 머문 후 하산하였다. 하산길은 너덜길이 아니라 숲속길로 방향을 잡았다. 9부 능선 쯤에 지리산 칼바위처럼 우뚝 선 장군바위가 있다. 올라갈 때는 목례만 하고 지나쳤는데 하산길에는 가까이 가서 장군바위 끌어안고 교감하였다. 하산길은 걸음이 빠르다. 상불사 갈림길이 금세 나타난다.




# 중간중간 갈림길이 계속 이어지고 이정목도 잘 되어 있다.




# 가로등 불빛 서 있는 임도를 만났다. 무심코 임도를 따르다 지도 확인하니 이 길은 정상으로 올라 갈 때 너덜길 입구에서 만난 그 임도이다. 가로등 쪽으로 다시 돌아와 살피니 어두운 숲속에 작은 길이 있다.




# 숲속길은 다니는 사람이 적은지 수풀이 많이 자라나 있다. 반바지 차림이라 풀잎이 맨다리에 상처를 낸다. 빠른 속도로 하산하였다. 이내 처음 만났던 갈림길에 복귀했다.




# 다시 한 호흡만에 날머리에 도착했다. 하산은 삼십 분 조금 넘게 걸렸다. 집에서 출발하고 귀가한 시각을 기준으로 하니 휴식 한 시간 포함해서 세 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 날머리인 명유 그린아파트에서 내 숙소까지는 가파른 언덕길이다. 언덕길 내려가는 곳에 '덕분입니다'라고 적힌 간판 불빛이 밝게 빛나고 있다. 좋은 말이다. '탓이야'가 아닌 '덕분입니다.'란 말이 울림이 있다.





그렇게 장산 야간 산행을 마무리했다. 이번 장산 산행은 부산 입성(入城) 신고와 혼자 보내는 부산에서의 긴 여름밤의 고뇌를 덜어보자는 겸사겸사의 산행이었다.


장산 정상은 해운대와 광안대교의 조망처로 유명한 곳이다. 어두운 밤 홀로 정상에 서보니 과연 그러했다. 발아래 보이는 도시의 불빛은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無數)하였으며 점점이 명멸(明滅)하였다. 저 불빛 아래 인간세는 온갖 욕망과 오욕으로 가득할 터이지만, 이렇게 한 발 물러나 바라보니 문득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졌다.


비록 다시 그 불빛 속으로 내려가 나역시 욕망과 오욕의 불빛 뒤집어 쓰게 될지라도 잠시 이렇게 떨어져 관조(觀照)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초탈(超脫)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공부는 충분할 터였다. 그러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욕망에서 가벼워지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물사랑의 다음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