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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여섯번째(47번 국도~큰넉고개)-오래 가고 싶거든 함께 가라! 본문

1대간 9정맥/한북정맥 종주기

[한북정맥]여섯번째(47번 국도~큰넉고개)-오래 가고 싶거든 함께 가라!

강/사/랑 2007. 7. 5. 22:24
 [한북정맥]여섯번째(47번 국도~큰넉고개)

   


강/사/랑의 '한북정맥(漢北正脈)' 종주 일정이 대성산 아래 수피령에서 출발해서 복주산, 광덕산을 넘어 반달곰 지키고 있는 광덕고개를 지나고, 백운산, 도마치고개, 국망봉, 도성고개, 강씨봉, 청계산을 넘어 노채고개에 이른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그러다 그 가을에 뜻밖의 병마(病魔)를 만나 정맥은 물론, 가까운 동네 산 가는 것조차 겁이 나서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되고 말았다. 7개월여 후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슬려 산길을 나섰고, 한북정맥 역시 다시 잇기로 해서 지난주 운악산 구간을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그날은 정맥길 사상 처음으로 마눌과 함께 산길을 걸었다.

 

애초에 백두대간(白頭大幹) 종주를 마눌과 같이 하면서 산행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체력이 없는 사람을 막무가내로 이끌고 갔더니 나름 엄청나게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작년에 백두대간이 끝나갈 무렵이 되자 정맥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공언을 하였다.

산행을 하는 순간에는 좋아라 하고 산행 실력도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인데, 막상 산행길에 나서기까지의 준비 과정과 매주 금요일 밤 안락한 침대를 놔두고 바리바리 짐 싸서 몇 시간씩 차 달려 현지에 도착, 차 안에서 새우잠으로 눈 두어 시간 붙이고 새벽부터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 일련(一連)의 과정이 너무 싫었던 모양이다.

금요일 밤 모두들 안락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따스한 아파트 불빛을 등지고 무거운 등짐 진 고행길 나서기를 2년여나 계속했으니 지겨울 만도 하다.

 

그래도 지난 주는 병마 극복하고 7개월 만에 나서는 정맥길이라 억지로 따라나서더니 이번 주는 절대로 같이 못 가겠다 선언한다. "위험한 병을 갖고 있는 남편을 혼자 보내도 되겠냐?" 했더니, "지난주 운악산에서 보니 멀쩡합디다. 혼자 다녀오세요!" 한다.

핑계는 여러 가지이지만 실제로는 새로이 맡은 교회 자원봉사 일이 토요일마다 격주로 있어서 그런 줄 뻔히 아는지라 더이상 강요하지 않고 혼자 길을 나섰다.

"그래도 이 사람아! 오늘 구간의 수원산 자락엔 연리지(連理枝)가 되어 자란 '부부송(夫婦松)'이 있어 아름다운 부부애를 가르쳐 준다는데 이렇게 따로따로 놀아서야 되겠는가?"

 

 


오래 가고 싶거든 함께 가라!!!


구간 : 한북정맥 제 6구간(47번 국도~큰넉고개)
거리 : 구간거리(13.5 km), 누적거리(85.4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7년 4월21일. 흙의 날.
세부내용 :


47번도로 군부대 후문(11:00) ~ 443.6봉(11:25) ~ 424.7봉 ~ 명덕삼거리(12:40) ~ 수원산 갈림길(13:45) ~ 무명봉/점심,휴식(14:40出) ~ 헬기장1(15:00) ~ 잣나무숲 ~ 헬기장2(15:24) ~ 헬기장3 ~ 60번 송전탑 ~ 송전탑 있는 암봉(16:20) ~ 송전탑58, 57, 56번 ~ 국사봉(17:00) ~ 채석장 철조망 ~ 육사생도기념비 ~ 큰넓고개(17:48)

총 소요시간 6시간 48분.  만보계 기준 26,500보.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안개가 아주 짙게 끼어 있다. 늘 아침마다 마주 대하는 모락산은 짙은 안개 속에 갇혀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짐 싸들고 외곽순환도로에 차 올리니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이런~ 이럼 곤란한데...

청계, 성남, 송파, 구리 거쳐 퇴계원 방향으로 빠져 나가려는데,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극심한 정체가 이어져 나갈 수가 없다. 결국 의정부 방향으로 내쳐 올라가 포천 방향으로 가다가 56번 도로 타고 명덕삼거리로 넘어가는 굴고개를 넘었다.

이쪽 어느 곳에 부부송이 있다는데, 정체때문에 시간이 너무 늦어 들렀다 가기가 힘들게 되었다. 결국 다음을 기약하고 그냥 통과했다. 굴고개는 강원도 어느 고갯길에 비겨도 뒤지지 않을 만큼 구불구불 구절양장이다. 이름도 그래서 '굴고개'인가 보다.



넙고개/廣峴

가산면 우금리와 경계를 이루는 고개이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완만하게 경사진 이 고개는 전장 50여 리나 된다. 고개 마루턱에 올라서 보면, 전후좌우가 탁 트여, 광활한 구릉지대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크고 넓은 지형이라 하여 '큰넉고개'라 부른다. 서쪽으로 작은 고갯길이 하나 있는데, 고개가 작다고 하여 '작은 넉고개'라 부른다. 넙고개 > 넉고개는 음운동화로 발음이 변한 모습이다.

모든 부부는 위대하다

경기도 포천시 군내면 직두리 수원산 기슭에는 천연기념물 제460호로 지정된 夫婦松이 있다. 수령이 300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로 부둥켜 안아 마치 한 그루인 듯 보여 부부송이라 불린다. 특히 뿌리는 다르지만 가지가 붙어 한 나무처럼 자라는 나무를 '連理枝'라 하는데 아주 진한 부부애의 상징이다. 둘이 하나 되는 부부의 날이 이달 스무하루(2+1) 날이다. 여기 죽어서도 연리지 같은 부부들이 있다. 청각 장애를 지녔던 故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은 생전에 먼저 떠난 아내 우향 박내현 (1920~76)을 참으로 그리워했다. 운보는 더듬거리는 말로 "아! 아! 우향. 그때 내 심정은 내 목숨과 당신 목숨을 바꾸고 싶었소!"라고 절규하곤 했다. 운보는 귀먹고 가난하고 학벌도 없는 자신에게 지주의 딸이요, 최고학부를 나온 매력적인 인텔리가 아내가 되어준 것만으로도 한없이 고맙고 감사했다.하지만 바로 그 겸손이 살아서나 죽어서나 부부 됨을 이룬 것이다.결국 부부로 산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끝없는 겸손이다. 일본 문예비평계의 최고수였던 에토 준(江藤淳)이 먼저 간 아내를 잊지 못해 자살한 것은 99년 7월 21일의 일이었다. 41년을 복닥거리며 살아온 아내를 떠나 보낸 지 8개월 만에,그리고 '문예춘추' 99년 5월호에 '아내와 나'라는 제목의 수기를 쓰고 나서 두 달 남짓 후에 그는 기어이 아내 게이코 곁으로 갔다. 그는 이렇게 적어놓았다. "우리는 단지 함께 있었다. 사실, 그것이 무엇보다 소중했던 것이다."부부로 산다는 것은 항상 즐겁지만도 않고 분명 갈등과 번민과 다툼을 수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 더 소중한 것은 "함께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에토 준의 수기가 우리를 휘감는 까닭도 그가 죽은 아내의 뒤를 좇아 자살했다는 '애잔한 비범함'이 아니라 그가 끝까지 아내와 함께 있었다는 '묵직한 평범함'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함께 살아낸다는 것의 진정성, 그 일상의 위대함을 다시 되새겨볼 일이다. 이 간단치 않은 세상을 부부가 함께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위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양화가이자 홍익대 미대 학장을 지낸 이두식 교수는 결혼 30주년이 지난 며칠 후인 2002년 6월 17일 암으로 투병하던 부인 손혜경씨를 먼저 보내야 했다. 이 교수 부부는 서울예고 입학식날 버스 정류장에서 첫눈에 반한 동갑내기 고교 동창생이었다. 그들은 10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이 교수에게 부인 손씨는 절친한 친구이자 예술혼을 자극한 반려자였고, 또 엄격한 비평가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난했던 화가의 생활고를 견디고 억세게 살아낸 당차고 대범한 버팀목이었다.그런 아내가 덜컥 암에 걸렸을 때 중년의 남편은 신을 원망하며 주저앉고 싶었다. 열여섯 살에 처음 만나 스물여섯 살에 결혼하고 십 년 투병 끝에 쉰여섯 살에 헤어진 그들 앞에 여전히 남는 아쉬움을 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한 번이라도 부부 전시회를 가졌더라면 좋았으련만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그렇다. 후회는 항상 뒤늦게 온다. 그러니 이 땅의 부부들이여 지금 해라. 지금 누려라. 지금 나눠라. 미루지 말고 지금 포옹하라!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 하지만 오래 가고 싶거든 함께 가라." 함께 가기 위해선 서로 속도를 맞춰야 한다. 양보해야 한다. 져줘야 한다. 이것이 부부로 사는 지혜요, 비결이다. 복닥거리며 둘이 하나로 살아낸다는 것은 너무나 평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참으로 위대한 것이다. 그래서 모든 부부는 위대하다. 부부 만세!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북정맥 제 6구간 47번 국도~큰넉고개 개념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정맥길인 명덕삼거리를 넘고 서파에서 47번 도로에 올려 씽씽 내달려 지난주 내려왔던 군부대 정문 쪽으로 나갔다. 이어 도로 아래로 굴다리를 통과하고 우측으로 올라 군부대 후문 근처 공터에 주차하고 산행준비를 했다.

연무가 짙어 운악산은 전혀 보이질 않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스트레칭 조금 하고 군부대 후문 오르는 시멘트 길로 올라 오늘 구간의 산행을 시작했다.(11:00)

 

 


#  군부대 후문으로 오르는 시멘트 길. 

 

 

 

군부대 후문에서 우측으로 철조망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시작엔 으레 그렇듯이 점점 높아지는 고도에 적응하기 위해. 또, 무리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며 집중하며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큰 개가 컹~ 하며 덤벼든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철조망 안에 메여 있던 세퍼트가 냅다 덤빈 것이다. :네 이넘, 왜 이리 놀라게 하냐? 나 좋은 사람이다!! 조용히 해라!!"

잠시 더 위로 오르자 오늘 구간의 첫 봉우리인 '443.6봉'이 나온다.(11:25)

 


# 편안하게 조금씩 고도를 높인다.

 

 

 

# 폐벙커가 있는 443.6봉.

 

  

한숨 돌리고 기록 정리하고 있는데 정맥꾼으로 보이는 세 사람이 올라온다. 그들 눈에 이 봉우리는 의미없다 여겨지는지 쳐다도 안보고 냅다 내달린다. 정맥길은 좌측으로 90도 꺾여서 내려간다. 진달래가 만발한 능선길을 편안하게 고도를 낮춰가며 진행한다.

그렇게 오르내리다 군 철조망을 두어 차례 만났다 헤어진다. 무명봉을 두개 넘고 다시 '424.7봉'을 넘자 군 철조망과 다시 만나게 된다. 길게 철조망을 따라 내려 가는데 이곳에도 철조망 안에 셰퍼트 한마리가 묶여 있다. 그런데 이 넘은 순하디 순한 녀석이다. 사람을 보고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그래야지, 참 착하다!"

쭉쭉 뻗은 잣나무 숲을 따라 길게 진행하다 아래로 내리니 아까 차로 넘은 '명덕삼거리'가 나타난다.(12:40)

 


# 443.6봉에서 좌측으로 꺾어 떨어져 내린다.

 

 

 

# 진진이가 만발한 등로.

 

  

# 숲이 트인 곳으로 지난 구간의 운악산이 올려다보인다. 어느새 연무가 많이 걷혔다.

 

 

 

# 간밤의 안개비로 물기를 머금은 진진이.

 

 

 

# 진행 방향의 수원산이 올려다보인다.

 

 

 

# 잠시후 잣나무 숲을 지난다.

 

 

 

# 들머리 접근하며 자동차로 넘었던 명덕삼거리에 도착했다.

  

 

지도상에는 명덕삼거리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사거리다. 정맥길은 정면 좁은 길의 우측 사면으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 곧 능선에 이르고 능선 좌측에는 개 사육장이 있다. 개들이 난리가 났다. 일부는 줄도 묶여 있지 않고 전부 크기가 큰 녀석들이다. 저 넘들이 담장 넘어 뛰어 나와 산으로 올라 올 수도 있겠다 싶어 겁이 덜컥난다. 얼른 속도를 높혀 그곳을 지나쳤다.

오름의 각도가 점점 가팔라진다. 자연히 속도가 점점 떨어지게 되는데 곳곳에 야생화가 만발해서 사진 찍고 향기 맡느라 시간은 더욱 지체된니다.

 

 


# 직진 방향의 우측 사면으로 올라 가야 한다.

 

 

 

# 보랏빛 현호색의 자태.

 

 

 

# 꽃을 먼저 피운 생강나무가 뒤늦게 잎을 밀어 올린다.

 

 

 

# 물기 머금은 진진이.

 

 

 

# 박새인가? 세상을 향해 만세를 부른다.

 

 

 

# 개별꽃.

 

 

 

# 올곧게 위로 자란 잣나무.

 

 

 

# 산괴불주머니.

 

 

 

# 고깔제비꽃.

 

 

 

# 흰제비꽃.

 

 

 

# 몸을 요염하게 비비 꼰 나무. 줄기 두 개가 연리지 마냥 서로 살을 맞대고 있다.

 

 

 

# 금붓꽃.

 

 

 

# 올해 처음 만나는 복수초.

 

 

 

# 이 넘은 초봄에 흰 눈을 뚫고 올라 오는 모습이 유명하다.

 

  

배가 많이 고프다. 아무 곳이나 주저앉아 민생고를 해결했으면 하지만, 오름이 줄기차게 이어져서 일단 정상을 확인하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배도 고프고 가팔라 힘이 들기도 하고 해서 헉헉대며 오르는데, 암봉이 하나 나타나고 오전에 지나친 삼 인의 정맥꾼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찌개를 먹는 모습이 침이 꿀꺽 넘어 가게 하지만 요즘 같은 산불 방지기간에 산에서 불을 피운다는게 영 거슬린다.

잠시 더 낑낑대며 위로 올라가니 '수원산 정상 갈림길'이 나온다.(13:45) 수원산은 한자로 '水源山'이라 표기된다. 이름으로 봐서 뭔가 강이나 내의 발원지가 아닐까 생각되어 자료를 찾아보니 과연 남양주와 구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왕숙천'의 발원지다.


왕숙천은 길이 37.34 km, 유역면적 270.79㎢로 이곳 포천 신팔리 수원산 계곡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흘러 남양주시를 지나 구리시에서 한강으로 흘러 드는 강이다. 왕숙천이란 이름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上王으로 있을 때 八夜里에서 8일을 머물렀다고 해서 '王宿川'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원산 정상은 제법 규모가 큰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좌측으로 꺾어 진행해야 한다. 잠시 진행하니 암봉이 하나 나오길래 한쪽에 배낭 풀고 마음에 점 하나 찍었다.

 

 
# 마눌표 도시락.

 

  

점심 먹고 한참을 휴식했다. 바람이 시원해서 정말 오랜만에 거풍(擧風)도 한 번 했다. "어~허~~~ 씨~원~하~다~~~"

한 시간여 쉬다가 14:40에 출발했다. 아래로 미끄럽게 내렸다가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그 이후론 방화선이 이어져 있다. 전방의 무명봉으로 올라야 한다. 바위 암봉의 사면을 돌아 넘는데 온통 화려한 얼레지 밭이 펼쳐져 있다.

 


# 넓은 방화선을 따라 진행했다.

 

 

 

# 호랑버들.

 

 

 

# 얼레지 밭이 나타난다.

 

 

 

# 얼레지의 요염한 자태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  

 

 

 

#  

 

 

 

#  참으로 예쁜 우리 꽃이다. 이렇게 멋진 야생화도 드물 것이다.

 

  

얼레지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발길이 절로 멈춘다. 얼레지에 빠져 얼마를 지체했는지 모른다. 참으로 요염한 꽃이다. 한참을 꽃구경하다가 전방의 무명봉을 넘으니 바로 너머에 '헬기장'이 나타난다.


 


#  무명봉 하나를 넘자,

 

 

 

# 헬기장 1번이 나타난다.

 

  

전방의 나즈막한 무명봉을 오르니 갈림길이 나타나고 좌측길로 직진해야 한다. 편안하게 오르내리며 진행하는데 중간중간 갈림길이 있는 작은 무명봉들을 넘게 되고 정맥길은 한눈 팔지 않고 직진하면 된다.

참나무 낙엽이 발목 깊이 까지 깔려 있어 진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참나무 낙엽은 기름지고 잎이 넓어 미끄러워 산행길 오르막에 만나면 꽤 귀찮은 넘들이다. 한참 그렇게 미끄럽게 가다가 잣나무 숲을 만나니 비로소 푹신푹신한 잣나무낙엽 덕분에 걸음이 절로 가벼워 진다.

잠시후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2번)'을 지난다. 역시 갈림길이 있지만 직진하고 잠시 진행하는데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서 황사주의보를 발효했었는데, 그예 황사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금방 목이 칼칼하고 흙냄새가 나면서 목이 간질간질 해진다.

고만고만하게 오르내리다가 잡풀 무성하고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3번)'을 지난다.(15:35)

 


# 갈림길이 많이 있지만 직진만 하면 된다.

 

  

# 좌측 사면은 온통 잣나무숲이다.

 

 

 

#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

 

 

 

# 엄청 큰 소나무였는데 사진으론 감이 잘 안온다.

  

 

# 삼각점이 있는 세번째 헬기장.

 

  

날씨가 스산해서 맘이 급해진다. 등로에는 잣나무숲이 계속 이어진다. 가평이란 이름값을 하나보다. 이윽고 군벙커가 있는 무명봉을 넘어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작은 벙커가 있는 무명봉을 오른다. 이곳에서 길은 '우측으로 90도' 꺾인다.


무심코 전진하는데 황사가 뿌옇게 끼어 있어 방향 찾기에 혼란이 온다. 좌측 전방으로 황사 속에 희미하게 송전탑들이 보인다. "송전탑은 정면 전방에 나타나야 되는데?"

주변을 살펴보지만 표지기들도 전혀 없다. 선답자들도 길이 우측으로 꺾여버리니까 자신이 없었나 보다. 정맥길에 가장 흔하게 보이는 배모씨와 산군들의 표지기도 비실이팀의 표지기도 막상 이 지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지도 꺼내 나침반 정치하고 확인해보니 우측으로 가는 것이 西進하는 것 맞다. 뒷사람을 위해 중간중간 표지기 달아 주고 간다.

길게 가다가 참나무 낙엽이 두텁게 깔려 있어 미끄러운 무명봉 하나를 낑낑 오르면, 벙커가 두 개 있고 비로소 표지기들이 나타난다. 돌아보니 수원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그곳에서 여기까지 직진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좌로 우로 꺾인 것도 정상 부근에서 잠시 그랬을 뿐이고 전체적으로는 직진하여 왔다.

전방으로 무명봉 하나가 더 보이고 그 너머로 송전탑들이 보인다. 미끄러운 참나무 낙엽길을 낑낑 올라 '60번 송전탑이 있는 무명봉'을 오른다.(16:18)


다시 전방의 암봉을 오르니 '송전탑이 있는 바위봉'이 나온다. 사방으로 전망이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황사 때문에 시야가 뿌옇기만 하다. 47번 도로와 그 너머로 석산을 파헤치고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멀리 포천 베어스타운 스키장도 희미하게 보인다. 한때 스키에 미쳐 저곳을 뻔질나게도 드나들었는데...

 

 


# 60번 송전탑.

 

 

 

# 송전탑이 있는 암봉이 건너다보인다.

 

 

 

# 지나온 정맥길. 저 멀리 희미하게 수원산이 보인다.

 

 

 

# 진행 방향의 국사봉과 저멀리 다음 구간의 죽엽산도 희미하게 보인다.

 

 

 

# 산 하나를 또 파먹고 있다.

 

 

 

# 포천 베어스타운 스키장. 한때 저곳에서 꽤나 놀았다. 청춘 시절 여러 해 겨울을 저곳 스키 로프에서 보냈다. 지금은 황사 때문에 뿌옇게 보인다.

 

 

 

# 무더기로 꽃을 피운 眞眞이.

 

  

아래로 길게 내렸다가 안부에서 편안하게 길게 진행한다. 잠시 올라 57번 송전탑을 지나고 그대로 길게 진행해서 56번을 지나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 아래로 내리면 전방에 국사봉이 올려다보인다.

제법 헉헉대며 참나무 낙엽길을 올라가면 낡은 헬기장이 나오고 그 너머로 흉물스럽게 나무를 잘라 사계청소를 해둔 '국사봉 정상'이 나온다.(17:00)

  


# 흉물스레 사계청소를 해 둔 국사봉 정상.

  

 

정상 한 쪽에 삼각점이 있고 갈림길이 나오는데 정맥길은 '우측 길'이다. 가파르게 아래로 내려가다가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다시 갈림길에서 좌측 길로 길게 미끄러지며 내려갔다.

다 내려갈 즈음 전방에 제법 규모가 큰 봉우리 하나가 앞을 가로 막는다. "그렇지! 그냥 보낼 리가 없지!" 고도를 한참 까 먹고는 다시 위로 치고 오른다. 잠시 가다가 좌측에 천길 낭떠러지가 나타난다. 채석장이다. 야간에 여길 지날 때는 조심해야 하겠다.

 

 
# 47번 도로를 두고 양쪽으로 산을 파 먹고 있다.

 

 

 

# 음~ 떨어지면 뼈도...

 

  

마지막 무명봉을 치고 오른다.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아래로 계속 내리니 '육사생도 참전비'가 나타난다.(17:48)

  


# 큰넉고개의 육사생도 참전비.

 

  

# 100명의 꽃다운 젊음이 희생되었다.

 

  

잠시 눈 감아 젊은 혼들을 추모하고 큰넉고개에서 산행을 마친다. 버스를 찾느라 고개 이쪽 저쪽을 넘어 보지만 쉽지 않다. 버스 시간을 물어 보고 싶은데 지역주민들은 보이질 않고, 고개 이곳저곳에 산재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듯한 중앙아시아에서 왔음직한 외국노동자들만 한가한 주말을 즐기느라 배회하고 있다. 결국 오늘도 택시 불러 차량 회수하러 간다.

차량 회수해서 고속도로에 올리는데 같이 산본에 살고 있는 둘째형네에서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연락이 온다. 혼자 정맥한 걸 알면 펄쩍 뛸텐데...  우리 형, 좋은 술친구 하나 잃어서 요즘 영 아쉬워하고 있다.

 

재작년인가? 비오는 토욜날에 형이랑 둘이서 서해 궁평리 바닷가에서 장어 안주로 쐬주를 열병이나 비운 적도 있는데... "성님, 내 몸이 완전해지거든 그때 찐하게 한잔 합시다!!!"

  


# 형은 술을, 난 안주를...

 

 

 

# 참치가 꽤 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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