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한북정맥]여덟번째(축석령~샘내고개)-서울의 관문, 축석령(祝石嶺)!! 본문

1대간 9정맥/한북정맥 종주기

[한북정맥]여덟번째(축석령~샘내고개)-서울의 관문, 축석령(祝石嶺)!!

강/사/랑 2007. 7. 16. 20:48
 [한북정맥]여덟번째(축석령~샘내고개)


  

'축석령(祝石嶺)'은 포천 소흘에서 의정부로 넘어가는 오래된 고개이다. 두 고장의 경계인 이 고개를 지금은 충청도 전의에서 강원도 고성을 잇는 43번 국도가 넘어가고 있다.


인간의 길이 남북으로 이어진 고개를 산맥이 동서로 가로지른다. 백두대간(白頭大幹) 추가령(楸哥嶺)에서 갈래쳐 한수(漢水)의 북쪽 울타리가 되는 한북정맥(漢北正脈)이 이 축석고개를 거쳐 도봉산과 삼각산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 고개는 서울 외곽의 울타리이자 서울로 들어가는 관문(關門)인 셈이다. 서울의 관문이니 역사적으로도 한양(漢陽)으로 들어가는 주요 침투로였다.


삼국시대 한강 일대를 둘러싼 전투를 위해 삼국의 군대가 넘나들었던 곳이고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략도 이 고개를 통해 이뤄졌다. 조선의 왜란(倭亂)과 호란(胡亂) 때도 이 고개는 주둔지였거나 통과지였고 육이오 전쟁때 북한군도 이곳 축석령을 통해 전차를 앞세워 서울을 침공하였다.


실록(實錄)에는 정조대왕(正祖大王)이 축석령을 넘어 세조(世祖)의 능인 광릉(光陵)을 참배하였다고 적혀 있다. 기록에 의하면 재위 16년인 1792년 정조대왕은 광릉 참배를 위해 양주목을 거쳐 축석령을 올랐다. 고개 정상에 올라 왕은 말에서 내려 쉬었다. 이때 새벽비가 살짝 지나가고 아침 햇살이 깨끗하였는데, 사방의 산들이 수려함을 다투는 듯 영롱히 빛났다.


축석 고개의 맑고 깨끗한 경치에 기분이 좋았던 왕이 승지(承旨) 서영보(徐榮輔)에게 말했다. "이 축석령은 백두산(白頭山)의 정간룡(正幹龍)이요, 한양(漢陽)으로 들어서는 골짜기이다. 산의 기세가 여기에서 한 번 크게 머물렀다가 다시 일어나 도봉산(道峰山)이 되고 또 골짜기를 지나 다시 일어나 삼각산(三角山)이 되는데, 그 기복(起伏)이 봉황이 날아오르는 듯하고 용이 뛰어오르는 듯하여 온 정신이 모두 왕성(王城) 한 지역에 모여 있다. 산천은 사람의 외모와도 같은 것이어서 외모가 좋은 산천은 기색(氣色) 또한 좋다. 어제 오늘 지나온 산천은 모두가 좋은 기색이거니와 더구나 아침에 비가 개인 모습은 더욱 명랑하고 수려함을 깨닫게 한다. 예전 병진년 행행 때에도 마치 이번처럼 아침에 비가 내리다 금방 개였는데 이 또한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上謂承旨徐榮輔曰 "此嶺 卽白頭正幹龍 漢陽都過峽 山氣於此 一番大渟滀 而復起爲道峰 又過峽而復起爲三角 起起伏伏 鳳翥龍騰 一段精神 都湊於王城一區 山川 如人相貌 相貌好者 氣色亦好 昨今所經山川 莫非好氣色 而況當朝霽 尤覺明秀 在昔丙辰幸行時 朝雨旋霽 亦如今番 是亦不偶矣"


정조대왕이 외모가 좋은 산천(山川)이라 칭찬한 축석령은 따로 '이백리 고개', 혹은 '벽석령(碧石嶺)고개'라고도 불렀다. 이백리고개라 부른 이유는 이 축석령이 분수계(分水界)이기 때문이다. 축석고개에 떨어진 빗물이 북쪽으로는 포천천을 거쳐서 한탄강으로 유입되고 남쪽으로는 중량천을 거쳐 한강에 이르는데, 한 고개에서 출발한 빗물이 남북으로 나뉘어 머문 철원과 서울 까지의 거리가 2백리가 된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편 '대동지지(大東地志)' 에는 "축석령의 옛날 이름은 '벽석령(碧石嶺)'으로 양주 동쪽 25리에 있는데 포천으로 가는 길이다(楊洲 嶺路 條 祝石領古傳碧石嶺東二十五里砲川路)"라고 기록되어 있다. 고개 정상에 흰 바위가 있었나 보다. 벽석령이란 바위가 희다는 뜻이다.


축석령(祝石嶺)이란 이름은 포천 지역 효자(孝子) 오백주(吳伯周)의 전설에서 유래하였다. 오백주는 부친의 병간호를 위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낙향한 인물이다. 석밀(石蜜)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말을 듣고 꿀을 구하기 위해 온산을 헤메다가 호랑이를 만나게 되었다.


두렵고 낙심하여 "내가 죽으면 누가 부친을 돌볼것인가"하고 통곡하자, 호랑이는 간데없고 바위만 남았는데, 바위틈에서 석밀이 흘러나왔다. 이에 석밀을 먹은 부친의 병이 나으니 사람들이 오백주의 효성에 산신령이 가호를 베풀어 바위를 호랑이로 변신시켰다고 하였다. 그후 이 바위를 범바위라고 불렀으며 오백주가 매년 이 바위에 와서 고사를 지내고 축원(祝願)하였다 하여 축석령(祝石領) 고개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축석고개는 서울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역사 깊은 고개이다. 그만큼 여러 사연 얽혀 있고 의미 또한 깊다. 효자의 효심이 깃든 고개, 한북정맥으로 분수령의 고개, 서울의 관문으로 숱한 외침의 고난과 함께한 역사의 고개, 그리고 정조대왕이 외모 좋은 사람처럼 기색이 좋다고 칭찬한 고개 등 축석고개의 역사와 의미는 깊고 다양하다.


강/사/랑의 한북정맥(漢北正脈) 여덞 번째 걸음은 서울의 관문 축석고개에서 출발한다. 그 팔방미인(八方美人) 축석고개를 만나러 간다. 좋은 산천을 만나러 가는 길은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레는 일이다. 두근거리는 가슴 안고 길을 나선다.



서울의 관문, 축석령(祝石嶺)!!


구간 : 한북정맥 제 8구간(축석령~샘내고개)
거리 : 구간거리(11.9 km), 누적거리(110.9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7년 5월 20일. 해의 날.
세부내용 :


귀락터널(10:00) ~ 축석령(10:25) ~ C-2참호/무명봉 ~ 287봉(11:18) ~ 전망대 ~ 백석이고개(11:33) ~ 능선갈림길 ~ 조망 좋은 암봉 ~ 골프장 철조망 ~ 점심식사 후 13:50出 ~ 로얄CC 4번 홀 ~ 5번 홀 ~ 오리동 도로 ~ 골재공장 ~ 양주 고읍지구 택지공사장 ~ 360번 도로(14:45) ~ 4차선도로 공사장 ~ 막은고개(15:00) ~ 주내 순복음 교회 ~ 성황당고개 ~ 군부대 철조망 ~ 체육시설 있는 공터/큰테미(15:53) ~ 무명봉/갈림길 ~ 한승APT(16:45) ~ 경원선 철길 ~ 공장지대 ~ 샘내고개(17:00).

총 소요시간 7시간. 만보계 기준 16,000보.

5월 20일. 해의 날. 한북정맥 축석령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7개월 동안 노채고개에서 멈춰 있던 한북정맥길은 다시 나서기 시작하자 연속해서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북의 장점은 집에서 가까워 느긋하게 출발할 수 있고, 중간중간 고개가 많아 언제든 멈출 수가 있어 지금 내 몸 상태엔 딱 알맞은 산길이다.

다만 외곽순환도로 나와 47번 도로 가는 길과,  의정부 거쳐 포천으로 가는 길이 언제나 정체가 심해 자칫 길에서 붙들려 있기가 일쑤인 것은 흠이다.

 

백석이 고개

 

차돌이 많아 붙여진 이름으로 양주시와 의정부시 경계인 천보산 능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백석이고개는 축석에서 마전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예전에는 많이 이용하던 길이었지만 지금은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이다.

귀락/歸樂

귀락은 포천시 소흘면과 경계를 이루는 의정부시의 最北端 마을로, 조선 영조 중엽 朴海文이라는 사람이 平安道 都事를 지내다 이 곳에 와서 마을을 개척하여 살면서 산수가 아름다운 이 곳에서의 삶을 늘 만족하게 생각했다. 하루는 그의 가노(家奴)들이 마을 이름이 없어서 불편함을 털어놓고 이름을 지어 줄 것을 간청하자 "내가 이곳에 돌아와서(歸鄕) 여생을 즐겁게 지낸다(樂業)"라고 말하면서 마을 이름을 귀락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또한 일설에는 이곳의 地形이 거북이가 떨어진 것과 같아서 龜落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북정맥 제 8구간 축석령~샘내고개 개념도.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오늘도 극심한 정체를 겪은 후에야 축석령에 도착할 수 있다. 지난 구간 귀락 터널에서 축석령까지 내려오면서 산길이 아닌 도로따라 내려와 버리는 바람에 오늘 출발은 축석령이 아닌 '귀락터널'에서 해야 한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내 마음이 그렇지 않다. 정맥길 어느 한 곳도 빼먹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축석령에서 우틀해서 위로 올라 가는데 귀락터널 주변은 도로공사 중이라 소란스럽고 주차공간 찾기도 어렵다. 터널 지나 마을 쪽으로 잠시 내려가자 도로가에 사용하지 않는 원두막이 하나 서 있고 그 옆에 넓은 공터가 있어 주차하기 좋다.

잠시 몸 풀고 고개를 올라가 들머리를 찾았다. 귀락터널 주변은 도로공사로 산을 파먹고 도로를 온통 뒤엎어 놓아서 들머리 찾기가 어렵다.

 

 


# 귀락터널 주변은 온통 공사판이다.
 

 

  

도로공사 때문에 절개하고 나무들을 베어 버려 표지기가 전혀 없다. 그래서 터널과 연결된 산줄기로 올라가 작은 소로를 만나 한참을 진행했다. 5분여 진행했더니 숲을 벗어나고 모내기 준비가 한창인 논을 만난다. "이런 잘못왔다. 여긴 정맥길이 아니다. 시작부터 알바닷!"

다시 산길을 걸어 올라 귀락터널로 복귀했다. 도로공사 중인 공사 현장 뒤가 축석령으로 내려가는 마루금이다. 요란한 굉음을 내며 공사 중인 포크레인 바로 뒤로 위태로운 절개지를 따라 올라갔다. 공사하는 사람이 뭐라뭐라 하지만 소음때문에 알아 들을 수가 없어 그냥 갔다. 아마도 공사중이니 그리 가지 말고 도로따라 가라는 얘기겠지.

실제로 산길에 올라서니 결국 도로 바로 옆의 절개지 위를 걸어 축석령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굳이 오늘 이렇게 빠진 구간을 한다고 요란을 떨 필요가 없는 곳이다.

'축석령'에 내려서니 알바 포함 25분이나 걸렸다. 시작부터 알바를 해서 찜찜하다. 오늘 또 알바를 얼마나 할려고 이러는지... (실제 이 구간에서 하루종일 알바, 또 알바를 연속해야 했다.) 신호등 있는 건널목을 건너 '축석교회'로 접근했다.(10:25)

 


#  축석교회는 고개위 도로가에 있어 찾기 쉽다.

 

 

축석교회는 일요일인데도 조용하기만 하다. "교인이 별로 없나? 우리 마눌은 오늘도 새벽부터 일어나 교회로 달려 갔는데..." 교회 뒷마당 부서진 농구대 옆에 들머리가 있다. 교회가 너무 조용하길래 한참을 휴식하다가 10:38에 출발했다.

  


# 축석교회 뒷마당으로 마루금이 이어진다.

 

 
시작부터 알바하고, 요란한 공사장 지나 오고, 도로 건너고 하느라 정신 없었는데 편안한 숲길에 들어 오니 아주 좋다. 길도 넓고 숲냄새도 좋아 무심코 한참을 진행했다. 중간에 표지기도 하나 나타 나길래 아무 의심없이 갔다. 그런데 한참 산속으로 이어지던 길이 갑자기 우측으로 꺾이더니 아래로 떨어져 숲을 벗어나고 마을 길로 접어든다.

"이게 뭐야? 지도에는 마을도 없고 선답자들도 전혀 언급이 없었는데? 아이고~~~ 또 알바다~~~ 빠꾸 오라이~~~"

어디서 잘못되었을까? 중간에 표지기가 있었는데?? 찬찬히 길을 더듬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축석교회까지 돌아 가도록 잘못된 곳을 찾을 수 없더니 완전히 들머리로 돌아가서야 우측으로 올라 가는 희미한 길과 표지기들을 찾을 수 있다.

직진길이 너무 뚜렷하고 우측의 길과 표지기들이 무성하게 자란 수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바람에 두번째 알바를 한 것이다. 다른 계절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수풀이 우거진 녹음기(綠陰期)에는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중간에 표지기 매단 사람도 나처럼 무심코 직진한 사람일텐데, 왜 표지기를 제거하지 않았을까?

  


# 축석교회 뒷마당을 벗어나자 마자 바로 우측으로 꺾어 위로 올라야 한다.
 

  

 

10:50에 다시 출발했다. 두 번의 알바 때문에 50분을 소비하고서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산길은 구불구불하게 꾸준히 밀어올린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 지려는 무렵 인기척에 깜짝 놀라 쳐다보니 세 명의 남자가 숲속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 나무에 각각 총을 세워 놓고 있다. 지금이 사냥철도 아니고 이곳은 민가 근처라 사냥허가도 안날텐데 웬 사냥꾼들일까? 게다가 산에서 담배까지 피워 재끼고.... 뭐라 한마디 하고 싶지만 총든 놈들한테 덤빌 수가 있나??

다시 조금 더 위로 오르면 시멘트로 만든 용도를 알 수 없는 표지석이 서 있고 제법 가파르게 꾸준히 올라 'c-2 참호'와 양주시에서 세운 '이정목이 있는 무명봉'에 오른다.(11:10)

  


# 용도를 알 수 없는 표지석. 기록이 모두 지워졌다.

 

 

 

# 참호와 이정목이 있는 무명봉.

 

 


# 양주시에서 세운 이정목. 좌측 탑고개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무명봉엔 갈림길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데, 양주시에서 이정목을 세워 두었다. " <- 탑고개/ 어하고개 ->" 라고 적혀 있고 비어 있는 곳에 누군가 한북정맥이라고 펜으로 적어 둔 것을 또다른 누군가가 틀렸다고 지웠다.

정맥길은 좌측 탑고개 방향이다. 탑고개 방향으로 잠시 가면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에 오른다. '287봉'이다.(11:18). 이곳에도 갈림길이 있지만 정맥길은 직진해야 한다. 바로 아래에 툭 트인 전망대가 나타난다. 정면으로 통신탑이 있는 '천보산'이 올려다 보이고 우측 아래로 '로얄 골프장'과 '택지 개발지구'가 내려다 보인다.

 


# 헬기장이 있는 287봉.

 

 
# 전망대에 서면 바로 앞의 255봉과 저 멀리 통신탑이 있는 천보산
이 올려다 보인다.

 

 

 

# 로얄골프장과 택지개발지구. 나중에 저곳이 또 엄청난 알바를 제공한다. 그 뒤쪽으로 임꺽정봉과 불곡산이 보인다. 

 

 

 

조망이 훌륭하고 바람이 너무나 시원해 가기가 싫다. 한참을 휴식한 후 억지로 출발했다. 곧 로프가 매어져 있는 가파른 하산길이 나온다. 반대쪽 오름은 편안한 육산(肉山)이더니 하산길은 암릉길이다.


잠시 내리자 큰 너럭바위가 있는 전망대가 다시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전방의 255봉과 내려온 287봉이 앞뒤로 올려다 보인다.

287봉은 이름도 얻지 못한 무명봉인데, 제법 조망도 훌륭하고 다양한 맛을 보여 주는 산이다. 이런 산이 이름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숨어 있는 보석같은 산이니 만큼 "숨보산"이라고 할까? 이 산줄기 따라 조금 더 가면 '천보산'이 있으니 서로 댓귀가 되기로 하고 제법 그럴싸하다. 산 이름을 이렇게 아무나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 하산길은 가파른 암릉길이다.

 

 

 

# 전망대에 서면 지나온 287봉이 올려다 보인다.

 

 

 

# 올라야 할 255봉도...

 

  

숨보산 숨보산... 혼자 중얼 대며 아래로 내리면 돌탑이 있는 고개에 도착한다.(11:33). '백석이 고개'다. 하얀 차돌이 많아 '백석(白石)'이란 이름을 얻었다 한다. 예전엔 통행이 많았던 유명한 고개였던 모양이다. 지금이야 정맥꾼이나 동네 산책 나온 사람들이나 지날 뿐이다.

우리 근대 시인 '백석(白石)'과 관련이 있나? 그러나 백석시인은 평안도 사람이고 6.25 이후 북한에 남아있다 1995년에 사망했다고 하니 이곳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 돌탑이 있는 백석이 고개.

 

  

고개 건너 위로 낑낑 올라 무명봉을 하나 넘는다. 잠시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위로 밀어 올리면 '능선 갈림길'이 나온다. 정맥길은 '우측으로 꺾어야' 하지만 좌측에 암봉이 하나 솟아 있어 먼저 좌측으로 올라가 본다.

조심해서 암봉을 올라 보는데, 와우~~ 진짜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사방으로 막힌 곳 없이 툭 트여 시원한 조망을 보여 준다.

암봉 위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홀로 좌정하고 간식을 먹고 있다. 인사하고 산 이름을 물어보지만 모르겠다고 한다. "숨이 있는 보석"이라 '숨보산'이라고 내 맘대로 이름을 지어 준 287봉보다, 이 255봉은 더 뛰어난 "진짜 숨어있는 보석"같은 산이다. 그러니 네 이름은 이제부터 '진보산'이다!! 제멋대로 산 이름을 또 지어 주고 암봉을 내려 갔다.

  


# 능선 갈림길.

 

  

# 좌측에 암봉이 올려다 보인다.

 

  

# 암봉엔 지역 주민 한 분이 먼저 올라 있다.

 

 

 

# 암봉은 조망이 너무나 훌륭한 곳이다. 우측으로 임꺽정봉과 불곡산이 건너다 보인다.

 

 

 

# 전방으론 천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천보지맥 길이다.

 

 

 

# 지나온 정맥길. 이 정도면 '진보산'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다.

 

  

'255봉'(강/사/랑이 마음대로 지어준 진보산) 조망에 도취되어 한참을 휴식하다가 암봉을 내려와 갈림길로 복귀했다. 정맥길은 올라 오는 방향에서 우측으로 가야 한다. 우측에도 암봉이 하나 더 있고 이곳 역시 똑같은 조망을 제공한다.

암봉을 내려와 다시 정맥길에 합류하고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위로 오른다. 무명봉 하나를 올라 길게 진행하면서 오르락내리락하며 가게 된다. 중간중간 가족단위의 등산객들을 만났다. 이 지역 사람들에겐 은근히 인기있는 산인가 보다. 오르내릴땐 제법 힘이 드는데 계속 그렇게 가다가 오름 하나를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12:25)

골프장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엔 철조망으로 막아 두었다. 그리고 골프장에서 출입금지 안내판을 세워 두었다. 철조망이 새것인 걸로 보아 요근래 설치한 것인가 보다. 표지기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 거려 보지만 전혀 찾을 수가 없어 길따라 계속 가보기로 했다.

길게 등로를 따라 가다가 벤치를 지나고 '철조망이 있는 무명봉'에 오르게 된다. 이곳의 철조망은 새롭게 설치된 원형철조망이다. 철조망 너머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긴 한데 표지기들이 하나도 없어서 망설이게 된다. "여기가 아닌가 보다 좀전에 지나온 갈림길 그곳이 맞나 보다. 다시 돌아가자!" 하지만, 이 결정이 심각한 알바의 시작이었다.

다시 등로를 돌아 가서 지나왔던 철조망 갈림길로 Back 하였다. 이곳의 철조망은 원형철조망과 철책 철조망이 이중으로 설치되어 있다. 수풀을 헤치고 우측으로 산의 사면을 돌아서 철조망을 우회하여 아래로 내려가는 등로에 합류하고 골프장 쪽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한참을 내려가도 표지기 하나 없고 길도 희미해져 버린다. "아, 이 길이 아니다! 또 알바다!!! 다시 올라 가자!" 낑낑대며 갈림길로 복귀했다. 참 많이도 내려갔네...

"이제는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왔던 길을 돌아 한참을 가 보지만 우측으로 내려 가는 길은 나오지 않는다. "이거 오늘 시작부터 알바를 하더니 내도록 알바만 하는구만... 찬찬히 주변을 살피며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찾아보자!" 다시 back해서 지나왔던 길을 또 갔다.

첫번째 철조망 갈림길을 지나고, 벤치를 지나고 다시 철조망이 있는 무명봉에 두 번째로 오른다. 그런데 우측 폐참호 속 버려진 나뭇가지에 표지기 두어 개가 매달려 있다. 골프장측에서 표지기들을 떼어 버린 모양이다. 이곳이 정확한 정맥 갈림길이다. "아까는 저 표지기들이 왜 안보였을까?" (13:11). 40분 간이나 시간을 허비했다.

 

 


# 첫 번째 철조망 갈림길. 정맥길이 아니다.

 

 

 

# 두 번째 원형철조망이 있는 무명봉 갈림길.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 가야 한다.

 

 

 

# 봉우리 한 켠에 서면 택지개발지와 막은고개, 큰테미, 그리고 임꺽정봉이 보인다.

 

  

이곳이 정맥길이란 것이 확연한데 아까는 왜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그것 참~~~!! 철조망을 넘어 우측으로 떨어져 내린다. 급경사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알바하느라 체력소모가 많아 허기가 많이 졌다. "배 고파서 도저히 더 못가겠다, 밥 먹고 가자!"

 


# 잣나무 새싹이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 솜방망이.

 

  

내리막 중간 숲속에서 배낭 벗고 마음에 점 하나 찍었다. 알바를 너무 많이 했더니 허탈해서 입맛도 쓰다. 밥 먹고 휴식하다 13:50에 출발했다.

한참을 길게 내려 골프장 쪽으로 접근하는데, 이곳도 철조망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그래서 좌측으로 내려가자 임도가 나오고 조금 아래에 논들이 나타난다. 정맥길은 논 너머에 보인다. 논두렁을 걸어 정맥에 접근하고 숲을 치고 오르자 로얄골프장 4번 홀이 나타난다.

유한부인(有閑婦人) 네 명이 조를 이뤄 공치기를 하고 있는데 내 시선을 의식해선지 모두 미스 샷을 해서 공이 몇십 미터 못 날아 가고 힘없이 떨어진다. 4번 홀 가장자리를 따라 내려가면 5번 홀 티잉 그라운드가 나타나는데 캐디가 나가라고 잔소리를 해서 구경을 그만두고 좌측 숲속으로 들어갔다. 큰 묘지를 하나 지나고 조금 내려가자 2차선 포장 도로를 만난다.(14:05)

 

 

 
# 철조망 때문에 좌측으로 우회하여 저 논을 지나 정맥에 복귀했다.

 

 

 

# 로얄골프장 4번 홀

 

 

# 싸모님~~ 미스 샷~~~.^^

 

 

# 5번 홀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 큰 묘지를 지난다.

 

 

 

# 세월이 느껴지는 문인석.

 

 

 

# 2차선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 가는데 한참을 오르니 골프장 정문이 나타난다. 선답자의 산행기에 '청송가든'이라는 포스트가 있어 그 곳을 찾지만, 그런 간판을 가진 식당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마침 농사 짓는 마을 주민이 있어 청송가든을 물으니 왔던 길을 한참이나 돌아 가란다. 그냥 이 길 따라 계속 가면 될 것을 그 주민의 말을 믿고 다시 back 하였다. 네 번째 알바의 시작이다.

뙤약볕 아래 왔던 길을 터덜터덜 다시 돌아 내려가는데 가든이 나오기는 하지만, 청송가든이 아다. 선답자의 산행기도 동네 주민의 안내도 현실과는 동떨어 진 것이다. 청송가든이 그동안 폐업을 했거나 동네 주민이 잘못 안 것이다.

지도 꺼내 주변 지형과 대조해 보고 일단 저 멀리 산줄기를 기준으로 무작정 진행해 보기로 했다. 마을 농장들 사이로 가는 길을 지나 모래 언덕을 하나 오르자 눈 앞에 거대한 골재공장과 그 너머로 드넓은 택지지구 공사장이 나타난다. "양주 고읍지구 택지공사장"니다. 엄청난 규모다. 몇백만 평은 될 것 같다. 한남정맥 용인 동백지구처럼 인간들의 택지를 위해 정맥을 완전히 끊어 먹어버린 곳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한데 물 한모금 마시고 정신을 차려 주변 지형을 살피니 광활한 택지 공사장 저 멀리 학교로 보이는 짙은 갈색의 건물이 희미하게 보인다. 아마도 덕현초등학교인가 보다. "좋다, 저 곳을 목표로 전진해 보자!"


모래 언덕을 몇 개 넘고 택지 공사장을 지나고 하노라니 정맥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막 횡단을 하는 기분이다. 광활한 사막 같은 공사장을 가로질러 한참을 가면 덕현마을을 지나는 '350번 도로'와 만나게 된다.(14:45)

지도 꺼내 주변을 살피니 이 도로 따라 계속 올라 가면 덕현 초등학교를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전방에 새로 공사중인 도로 하나가 있고 그 도로가 곧장 막은 고개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다시 논을 가로 질러 도로공사장 위로 올라가니 저 위쪽으로 육교가 지나는 막은고개가 보인다.

쨍쨍 내려 쬐는 뙤약볕 아래 완전히 노출되어 땀을 비오듯 흘리며 공사중인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 고개에 오르면 아직 공사중인 육교가 앞을 가로막고 좌측 절개지를 치고 올라가니 정맥길과 합류하게 된다. 이곳이 '막은 고개'다.(15:00)


 

# 골재 공장을 만난다.

 

  

# 넓은 택지공사장 한켠에 모형헬기가 날고 있다.

 

 

# 저 멀리 아파트 단지 앞에 덕현초등학교가 보인다.

 

  

# 공사 중인 도로를 따라 올라 갔다.

 

  

# 막은고개. 좌측 절개지를 치고 올라야 한다.

 

  

엄청난 알바의 연속이었다. 한남정맥 용인동백지구 지날 때도 오늘처럼 무더운 날씨와 뙤약볕 아래 긴 알바를 했었는데... 막은고개 위에 서니 축석에서 천보산으로 흐르는 산줄기와 이곳까지 연결되어야 하나 택지에 의해 무참히 깔아 뭉개져 버린, 그리하여 황량한 사막같이 변한 공사장이 넓게 펼쳐져 보인다.

긴 알바로 혼란스러웠던 맘을 정리하고 간식 먹으며 한숨 돌렸다. 아까시 향기가 코를 찌르고 바람이 선선한 것이 그럴 수만 있다면 한잠 늘어지게 자고
싶은 심정이다.

 


# 막은고개에서 돌아본 정경. 정맥의 흐름과 넓은 택지 지구 공사장.

 

  

# 숲속엔 아까시향기가 가득하다.

 

  

뒤쪽 숲속으로 들어가 진행하는데, 산길 들어와 좋다고 웃었더니 금방 숲을 벗어나고 마을이 나타난다. 절개지를 내려서자 '주내 순복음 교회'가 있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잠시 진행하면 우측 숲으로 들어가는 들머리가 나타난다. 이곳이 '성황당 고개'인가 보다.

편안한 숲길을 계속 진행하면 우측으로 도로가 따라오고 있다. 그러다 일순 전방이 툭 트이며 넓은 묘역과 등로를 가로 지르는 고개가 나타난다. 고개를 지나 임도를 따라 전진하는데, 개인 문중에서 이곳을 관리하는지 꽃들을 길가에 많이 심어 두었다. 계속 진행하다보면 '군부대 철조망'을 만나게 된다. 

 


# 주내 순복음교회. 전방 우측 숲으로 들어간다.

 

 

 

# 편안한 등로를 따라 오른다.

 

  

철조망이 전방을 가로 막고 있는 형상이어서 좌측으로 가야 할지 우측으로 가야 할지 잠시 헷갈리게 된다.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그냥 "철조망을 만나 25분간 간다."고만 적혀 있다.

일단 현지 지형은 좌측이 산길을 오르게 되어 있고 우측이 아래로 내려가는 형상이라 좌측길이 맞을 듯한 모양이다. 그러나 지도 꺼내 나침반 정치해 보니 '우측으로 가야' 한다. 우틀하여 철조망을 끼고 진행하면 처음엔 잠시 내리는 듯하다가 이내 오름으로 변하고 길게 길게 올라 가야 한다.


군부대 철조망 근처가 으례 그렇듯이 뙤약볕에 노출되게 되어 있어 무척 무덥고 힘이 많이 든다. 낑낑대며 한참을 오르니 '체육시설이 있는 공터'가 나타난다.(15:53)

  


# 길게 줄을 늘이뜨리고 바람에 한들거리는 송충이.

 

  

# 큰테미. 운동하러 올라온 지역 주민이 거대한 훌라후프를 씽씽 돌리고 있다.

 

  

# 큰테미에서 돌아 본 모습.

 

  

엄청나게 큰 훌라후프를 능숙하게 돌리는 아주머니가 있어 신기하게 구경하며 뙤약볕에 바짝 익은 몸을 식혔다. 난 도대체 저 넘의 훌라후프가 돌려지질 않던데...

공터 좌측 위쪽이 정상이고 이 산의 이름이 '큰테미산'이다. 정상은 군부대가 위치하고 있어 가볼 수는 없다. '큰테미'란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여 이곳저곳 자료를 찾아 보지만, 명쾌하게 답을 주는 곳이 없다. 다만 "큰테미산에 고구려가 쌓은 보루가 있었다."란 기록만 나온다. 성을 쌓는 행위나 모습 등과 관련이 있지 않나 짐작만 해본다.

한참을 휴식하며 몸을 식힌 후 우측으로 내려갔다. 곧바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양방향 어디에도 표지기가 없다. 일단 직진하여 내려갔다. 이 구간엔 표지기가 전혀 없다. 한북에 가장 흔하게 나오는 배*과 산군들도 비*이 산악회도 이곳에는 없다.

계속 내려가니 우측으로 현진 에버빌 아파트 공사장이 나오고 철망 펜스가 있다. 철망을 따라 내려가다 갈림길을 만나 철조망을 버리고 좌측으로 올라갔다. 표지기 하나 달아 뒷사람들에게 알리고 잠시 위로 오르면 제법 큰 '바위 쉼터가 있는 무명봉'이 나온다.

  


# 철망 펜스를 만나 따라 내려갔다.

 

  

# 안부에서 돌아 본 큰테미.

  

 

# 바위 쉼터가 있는 무명봉.

 

  

무명봉에는 갈림길이 있다. 우틀하여 내려갔다. 다시 갈림길이 나와 좌측으로 내려가면 묘지와 '동서토건' 뒷길이 나온다. 건물 좌측으로 산길이 이어져 있고 곧 '한승아파트'를 만난다. 아파트 상가에 들러 아이스 바 하나를 사 먹고 출구를 몰라 잠시 헤매다 농가 사이로 진행하니 '경원선 철길'이 나타난다.

철길을 건너는 길을 못찾아 잠시 헤매다 펜스 아래로 트인 곳을 찾았다. 그곳 통해 아래로 내려 경원선 철길에 내려서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결국 철길 따라 잠시 아래로 진행해서 철길 아래로 건너 농사 짓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지만 군부대 때문에 못간다는 말만 듣는다.

 


# 묘지에 서면 다음 구간의 임꺽정봉이 건너다 보인다.

 

 

 

# 동서토건 뒷길을 만난다.

 

 

 

# 한승아파트.

 

 

 

# 경원선 철길.

 

 

 

# 철길 아래로 통과.

 

 

 

주변을 살피다가 공장들 사이 길 없는 곳을 헤치고 올라가니 곧 공장지대 도로가 나타난다. 그 도로 따라 진행한다. 구불구불 좁은 길을 잠시 가다보면 곧 3번 도로가 지나는 '샘내고개'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마치게 된다.(17:00)

 

 


#  LG주유소가 있는 샘내고개.

 

  

오늘 구간은 시작부터 알바를 하더니 끝까지 정신없이 알바를 많이 한 구간이었다. 다 끝내고 생각해보니 특별하게 알바를 하지 않아도 될 곳인데, 무엇에 홀린듯 정신없이 길을 잃고 헤맸다. "그것 참~ 더위를 먹었나?"

도로 건너 다음 구간 들머리 확인하고 의정부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마침 택시 한 대가 다가온다. 택시 타고 귀락터널로 귀락(歸樂)하여 차량 회수하였다. 힘든 하루였지만 산길 걸어 즐거웠다. 그렇다. 우리네 산꾼은 그저 건강히 산길 가는 것이 귀락(歸樂)이다.

 

산행

산으로 가는 길은 맨 먼저/ 누가 냈을까/ 다람쥘까, 산토낄까, 아니면/ 우리네 옛 할머니일까/ 熊女 할머니 처녀적 고운 발바닥이/ 사뿐히 즈려 밟았을 점토 흙 숲섶엔/ 솜다리꽃 한 송이/ 맑은 향기를 품고 있는데/ 산으로 가는 길은 누가 왜/ 낸 것일까/ 바람일지 몰라/ 바다에서 불어와 산으로 가는 바람/ 흰 구름일지 몰라/ 산에서 일어 하늘로 가는 흰 구름/ 들 끝나 산이 있고/ 산 끝나 하늘 있는데/ 다람쥐 따라 산토끼 따라/ 산으로 산으로 오르는 걸음/ 하늘로 하늘로 내딛는/ 行步.

-오세영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강/사/랑의 다음 블로그 "하쿠나마타타"로 이동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