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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아홉번째(샘내고개~대교아파트)-고약한 샘내고개 人心! 본문

1대간 9정맥/한북정맥 종주기

[한북정맥]아홉번째(샘내고개~대교아파트)-고약한 샘내고개 人心!

강/사/랑 2007. 7. 18. 22:33
 한북정맥 아홉번째(샘내고개~대교아파트)


 
한북정맥 아홉 번째 나들이는 샘내고개에서 출발해 서울의 경계인 울대고개에서 종료한다. 이 구간은 거리도 거리이지만 임꺽정봉, 호명산, 한강봉, 첼봉 등 오르기 만만찮은 산들이 버티고 있어 쉽지 않은 구간이다. 그래서 중간에 위치한 작고개 쯤에서 상황을 보고 계속 가든지 아니면 멈추든지 결정하기로 하고 산행 준비를 했다. 

 

구간 기점인 샘내고개는 양주와 동두천을 잇는 3번 국도가 지나고 있어 차량 통행이 많은 길이다. 지금은 가구공장들이 밀집하고 아파트 단지도 개발되어 번화하다. 그러나 옛날의 샘내고개는 수레가 넘을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고갯길이었다고 한다.


샘내고개 양쪽으로는 양주 산북리와 덕계리가 있다. 이 고개로 한북정맥이 지나고 있다. 그리하여 이 고개에서 물길은 양쪽으로 분수(分水)한다. 이른바 분수령(分水嶺)이다. 이 고개에 떨어진 빗물은 북쪽으로 흘러 임진강으로 들어가고, 남쪽으로 흘러 한강과 합류한다.


샘내는 지질이 희고 푸석돌이 많은 석비레로 되어 있다. 석비레는 마사토를 말한다. 샘내라는 이름은 당연히 샘물과 관련되어 있다.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샘내의 유래가 전해진다.


전설은 이렇다. 옛날에 서평강이라는 평강군수가 있었다. 평강은 철원 북쪽에 있는 고장이다. 지금은 북한 땅이다. 평강군수 서평강이라 했으니 이야기가 출발부터 조금 조악하다.


그는 탐관오리였던 모양이다. 가렴주구(苛斂誅求)에 수탈만 일삼는 악정을 하였으나 세력이 기울자 짚둥우리를 타고 양주로 옮겨 살게 되었다. 짚둥우리는 볏짚으로 만든 둥우리 즉 새집이다. 예전 탐학한 고을 수령을 지경(地境) 밖으로 몰아낼 때 볏짚으로 만든 짚둥우리에 태워 내 쫓았다. 짚둥우리를 탔다는 말은 수령이 쫓겨났다는 말이다.


평강에서 쫓겨난 서평강은 양주에 정착했는데, 동네 복판에 큰 못을 파고 그 흙으로 못 옆에 산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비록 쫓겨났지만 긁어모은 재물은 여전히 많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정원을 만들었는데 그곳에 마치 큰 뒤주처럼 이상스럽게 생긴 바위가 있어 대감바위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바위 밑에서 옥수(玉水)가 나와 그곳 지명을 샘내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샘내고개는 탐관오리가 자기 고장에서 쫓겨났지만, 이곳 양주에서 여전히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옛 전설의 동네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설이 가지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패턴과는 역행하는 이야기이다. 좋게 해석하자면 이렇게 나쁜 인물도 받아 주어 잘 살게 해 줄 정도로 인심좋고 포용력있는 고장이 양주라고 볼 수도 있겠다. 꿈 보다 해몽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편, 이곳 샘내고개 언저리에는 화암정(花岩井)이라고 하는 유명한 약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산북동 구석말 입구에 있었던 이 우물은 물이 차고 수원이 풍부하여 찬우물이라 불렀는데, 약수가 꽃바위 아래서 솟아나 꽃바위 우물 즉 화암정이라 불렀다. 물이 좋은 고장이기는 했던 모양이다. 


샘내고갯길은 북쪽으로 청담천(淸潭川)을 따라 이어진다. 청담천은 한탄강을 거쳐 임진강으로 흘러가는 물줄기이다.  '맑을 청(淸), 못 담(潭)'자를 쓴다. 물 맑은 고장이란 뜻이다. 샘내는 한자로 '천천(泉川)'이다. '샘이 솟는 냇물'이니 '청담(淸潭)'과 뜻이 통한다 하겠다. 아마 샘내란 이름과 청담이란 이름은 서로 연관이 있는 듯하다.

이런 지명 해석은 그 고장에서 전해지는 전설에 인근 지명과의 연계 등을 고려한 강/사/랑 나름의 지명유래 해석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샘이 솟는 동네이니 마을 인심도 인정이 샘솟듯 해야 그렇게 멋진 이름을 물려 주신 조상님들께 보답하는 일일 것이다. 탐관오리를 받아들여 잘 먹고 잘 살게 허락한 포용의 고장이니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한북정맥 종주하는 길에 샘내고개에 오른 강/사/랑이 겪어 본 샘내고개 주변의 인심(人心)은 그 이름이나 전설과는 딴판이었다. 탐관오리조차 기꺼이 받아 들이고 찬우물을 선사했던 옛시절과는 달리 고약하기만 하였다. 허~ 참! 슬픈 일이다!

 

 

고약한 샘내고개 人心!!

구간 : 한북정맥 제 9구간(샘내고개~대교아파트)
거리 : 구간거리(7.7 km), 누적거리(118.6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7년 6월 5일. 불의 날.
세부내용 :

샘내고개(11:00) ~ 묘지 ~ 철조망 갈림길 ~ 벤치 ~ 군벙커 갈림길 ~ 임도 ~ 도락산 갈림길(12:00) ~ 추모공원공사장 ~ 청엽굴고개 ~ 좌측임도로 탈출(차 이동위해) ~ 천주교공원묘지 ~ 샘내고개 ~ 청엽굴고개 복귀(13:00) ~ 농장 ~ 철재문 ~ 정맥길 복귀 ~ 군 유격장 ~ 원형철조망 ~ 바위전망대 ~ 임꺽정봉(13:55)/점심식사후 14:30出 ~ 암봉전망대 ~ 로프 하강 바위 ~ 고개 갈림길 ~ 미니 천제단 ~ 98번 도로 ~ 대교아파트/오산삼거리(15:30).

총 소요시간 4시간 30분.  만보계 기준 13,000보.



6월 5일. 불의 날. 평일이지만 MBA 제대 말년이라 여유가 있는 날이다. 전날 늦게 잠자리에 드는 바람에 늦잠을 자 마음이 급하다. 창밖을 확인하니 흐리고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씨다. 서둘러 외곽순환도로에 차 올려 불암산, 수락산 터널 지나 의정부 방향으로 빠져 나갔다. 3번 국도 양주 방향으로 접어 드는데 도심에 교통정체가 심해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간다.

어렵게 양주시청 지나 샘내고개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주차할 자리가 없어 동네를 몇 바퀴 돌게 된다. 그러다 어느 가구 공장 담벼락에 공터를 발견하고 그곳에 주차했다.  이미 다른 차 두 대가 주차해 있어 방해되지 않게 한쪽 귀퉁이 담벼락에 바짝 붙여 주차했다.

몇 번이나 다른 차의 통행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지 확인하고 이상 없다 싶어 짐 꾸리고 산행 준비를 마쳤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불곡산/佛谷山

높이는 460m이다. 경기도 양주시 주내면에 위치한 불곡산(일명 불국산)은 작은 규모에 비해서는 암릉이 많은 아기자기하고 길게 이어지는 바위산이라 매우 스릴 있으면서도 위험하지 않아서 산행의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의정부에서 시내버스로 10분거리 이면 등산기점에 이를수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서울 근교에 위치하여 당일 산행으로 인적이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지로 선택하기 좋다. 산행은 유양리 백화암에서 출발, 부흥사로 하산할 수 있고 부흥사에서 산행을 시작해 백화암으로 하산하는 역코스도 있다. 불곡산은 옛날에 회양목이 많아서 겨울이 되면 빨갛게 물든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산중턱에는 500여년쯤 된 우람한 느티나무와 신라시대 고찰인 백화암이 있다.

임꺽정봉/林巨正峰

불곡산의 세 번째 봉우리인 이곳은 일면 '임꺽정봉'으로 부르고 있다. 양주군 유양리는 임꺽정의 태생지 전설 등 임꺽정과 관련된 많은 일화가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는 지역이다. 이 주위의 골짜기는 靑松골(소나무가 많아 붙인 이름), 靑笑골(소나무가 웃는다하여 붙인 이름), 天然골(자연이 아름답다 하여 붙인 이름), 天골(골짜기가 많아 붙인 이름)등 여러가지 이름이 남아 전해지고 있는데, 이곳 지명과 소설속 임꺽정의 소굴인 '청석골'과 유사하여 이를 연관지어 말하는 주민도 있다. 이 지방에서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난 임꺽정은 조선시대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3대 도적으로 조선왕조 명조때 약 3년간에 걸쳐 황해도를 중심으로 평안도,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 지방까지 활동했던 도적집단의 우두머리이다. 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실존인물인 그는 우리에게는 소설속의 인물, 괴력을 지닌 전설적인 인물로 더욱 익숙해 있으며, 천대받던 백정의 신분으로 당시 집권세력의 탄압 등 사회적인 모순속에 살아남기 위해 도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그를 우리는 한낱 도적의 괴수로서가 아니라, 영국의 로빈훗과 같이 민중에게 대리만족을 시켜 준 의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임꺽정은 일반 도적 무리와는 달리 조직적인 집단을 형성하여 엄청난 세력을 갖추었으며 조정에서는 체제 유지의 불안을 느껴 그를 체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였으나 신출귀몰한 그의 행적과 그를 옹호하는 민중의 도움 속에서 조정에서 파견한 토포사 남치근에 의해 체포되기까지 무려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한북정맥 제 9구간 샘내고개~대교아파트 개념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샘내고개 LG주유소 건너편 옹벽 위에서 오늘 구간 산행을 시작했다.(11:00). 산길에 접어들면 바로 교통호가 나온다. 좌측으로 잠시 올라가면 아주 긴 벼슬을 한 사람의 묘지를 지나게 된다. 이 묘지는 쌍묘인데 특이하게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쌍분을 모셨다.

위로 조금 올라가면 마사토로 새롭게 조성된 묘지가 다시 나타나는데, 사계 정리를 해두어 지난 구간의 한승아파트와 그 너머 한북정맥길이 건너다보인다. 

 

 


#  차량통행이 많은 샘내고개.

 

 

 

#  아주 긴 벼슬을 하신 분의 쌍묘.

 

 

 

#  두 번째 묘지에서 돌아본 지난 구간 정맥길. 한승아파트와 큰테미.

 

 

 

다시 잠시 위로 올라가면 철조망으로 막힌 갈림길이 나온다. 지도상 '144봉'이다. 그곳에서 우측으로 철조망을 따라 떨어져 내린다. 편안하게 가다가 철조망이 끝나고 잠시후 좌측으로 조망이 툭 트이는 곳이 나온다.


좌측 멀리 불곡산과 임꺽정봉이 올려다보인다. 그러나 똑바로 임꺽정봉을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측으로 빙 돌아 산을 올라서서 능선을 따라 길게 좌측으로 돌아야 하는 형세다.

 


#  철조망으로 막힌 갈림길을 만났다.

 

 

 

#  좌측 전방에 임꺽정봉이 보이지만, 우측으로 올라 다시 좌측으로 돌아야 한다.

 

 

 

길게 고도를 높여 가며 오르다 보면 벤치가 있는 휴식처가 나오는데, 좋은 글귀를 적은 팻말들이 꽂혀 있다. 다시 철조망을 만나 위로 올라간다. 개인 농장이라 철조망을 설치했나?

산책 나온 마을 주민들을 간간이 지나치면서 오르다 보면 로프가 설치된 곳이 나오고 제법 가파르게 올라간다. 중간중간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다. 그렇게 오르다 콘크리트로 만든 '군 벙커가 있는 갈림길'을 만나고, 좌틀하여 임도를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울려 받아보니, 샘내고개 가구공장 담벼락에 주차해둔 내 차를 빼 달라고 한다. 그래서 "남의 사유지도 아니고 다른 차에 방해도 되지 않게 주차해 뒀는데 무슨 소리냐? 그리고 지금 산속에 있어 차를 빼기 어렵다." 고 했더니, 이 사람 갑자기 화를 내며, "아, 이 양반아! 남의 공장 담벼락에 주차를 하면 어떡하나? 그 자리는 내가 차를 대는 자린데. C8! 어쩌고 저쩌고..." 이러며 막 욕을 한다.

내가 분명히 남의 사유지도 아니고 다른 차에 방해도 되지 않게 주차를 해 뒀지만, 이 사람 말하는 뽄새로 봐서 논리적인 설명도 통하지 않겠고, 괜히 말싸움하다가는 차에 해꼬지를 해 둘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해 줬다.

"그래요, 내가 양반인 것은 맞는 말이오. 진주 강씨 은열공파(晉州 姜氏 殷烈公派) 31대 손이니 뼈대있는 양반 가문의 자손은 분명하오. 그러니 반말하고 욕하고 그러지는 마시오. 내 곧 하산해서 차를 빼드리리다!"

허~~~ 거~ 참!!! 그동안 산행 다니면서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양반 대접을 받았겠다, 일단 차를 빼 줘야 할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지도 확인한 후 청엽굴고개까지 가서 좌측으로 천주교 공원묘지로 탈출하여 샘내고개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  샘내고개 가구공장 사람은 이 글귀를 읽어 보지 않은 모양이다.

 

 

 

#  제법 가파르게 올라간다.

 

 

 

#  임도 갈림길을 만나 좌틀한다.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하면 우측 조그만 봉우리 쪽으로 올라가라고 표지기들이 달려 있다. 차 빼주러 빨리 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은 급하지만, 그래도 정맥길을 따라 보자고 봉우리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내 봉우리를 내려와서 좌측으로 꺾어 임도와 금방 합류한다. 의미 없는 곳이다. 그냥 임도 따라 가면 되는 곳이다. 계속 임도 따라 가다 보면 '도락산 갈림길'을 만난다.(12:00)

이곳에서 도락산은 우측길이고, 정맥길은 좌틀해야 한다. 임도 따라 계속 가다가 다시 갈림길을 만나 좌측길로 올라 가다 보면, '추모공원 공사장'과 간이 화장실이 있는 넓은 공터가 나온다.

공터에서 우측으로 산길 따라 오르게 표지기들이 달려 있어 우측으로 오르는데, 군부대에서 대대적으로 유격훈련을 하고 있어 진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공터로 복귀해서 임도 따라 내려갔다. 바로 아래에 '청엽굴고개'가 나온다. 결국 이곳도 임도따라 그냥 내려가면 되는 곳이다. 쓸데없이 마루금을 간다고 고집 피울 필요가 없는 의미 없는 지형이다.

오늘 청엽굴 고개에서는 대대적인 유격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휴일날 편하게 유격장을 가로질러 올라갔다는 선답자들의 얘기는 오늘 만은 딴나라 얘기다.

 

 


# 도락산 갈림길. 좌틀해야 한다.

 

 

 

#  추모공원 공사장. 간이 화장실이 있다.

 

 

 

#  유격훈련 중인 군인들 뒤로 임꺽정봉이 올려다 보인다.

 

 

 

일단 청엽굴 고개에서 좌측으로 탈출했다. 고개를 내려가자 마자 우측에 농장이 하나 있다. 가파른 비포장 도로를 한참을 내려가자 부흥사와 잘 꾸며진 카페가 나타난다.

청엽굴고개에서의 탈출은 만만치 않은 거리를 걸어 내려가야 한다. 가파른 산길을 한참을 내려 가서야 천주교 공원묘지에 도착했다. 공원묘지 한 쪽에 작은 매점이 하나 있고 꽃이나 제물 등을 판매하는 아주머니가 있다. 버스가 들어오는 지 물어보니 노선 버스는 없다고 한다. 어쩔수 없어 택시를 호출해서 샘내고개로 돌아갔다.

이 택시기사도 제법 고약한 인심을 발휘해서 자동차로 빨리 달려 5분 거리 밖에 안되는데 택시비를 4천원이나 달랜다. 에 ~ 이 ~ 샘내고개 인심!!

주차해 둔 곳으로 갔는데, 이런 세상에!!! 내 차 옆에 서 있던 두 대의 차도 모두 빠져 나갔고, 내 차가 다른 차에 방해될 일은 더더욱 전혀 없다. 그런데도 그 난리를 쳐서 산행하는 사람을 이렇게 중간 탈출해서 택시타고 오게 만들다니!! 아까 나를 양반으로 인정해 준 그 인간에게 전화해서 오늘 한바탕 붙어 볼까 어쩔까 잠시 고민해 보지만,

그 인간이 그래도 나를 야~ 이 상놈아! 이렇게 부르지 않고, 야~ 이 양반아! 이래 양반으로 불러 준데다 (^^*) 싸우고 어쩌고 하다보면 오늘 산행은 완전히 끝이다 싶어 그냥 참기로 했다. 대신 속으로 에이~ 샘내고개 인심 한번 고약타!!!! 한마디 해 주고 차 몰고 청엽굴 고개로 전속력 복귀했다.

아까 걸어서 내려 올 때는 몰랐는데 청엽굴고개 오름은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이다. 시간 낭비 한 것 보충하려고 전속력으로 구불구불 비포장 도로를 치고 올라 가는데 바퀴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추모공원 공사장 공터 한 쪽에 주차하고 얼른 짐 다시 챙겨 출발했다.(13:00)

청엽굴고개로 다시 걸어 내려 가는데 대대적인 유격훈련이 벌어지고 있어 고개 통과는 불가능하다. 고개 이쪽 저쪽을 넘나 들며 한참을 헤매다 진행 방향에서 좌측으로 아까 차 찾으러 내려 가던 방향으로 내려가 본다.

고개 아래에는 농장이 하나 있고 커다란 개 몇 마리가 죽어라 짖어 댄다. 마침 할머니 한 분이 나물을 다듬고 계시길래 농장 안으로 들어가 산 능선으로 올라 가는 길을 여쭤보았다. 그런데 이 할머니 길을 가르켜 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친절하게도 자기네 농장 안으로 통과해서 올라 갈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주신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농장을 통과해서 산으로 올라 붙었다.

<참조>
휴일(休日)에 청엽굴고개를 통과할 때는 고개에서 그냥 직진하여 군부대 유격장을 통과하면 된다. 하지만 평일에 유격훈련이 있어 고개 통과가 불가능할 때는 고개 좌측 임도로 잠시 내려가 농장을 통과해서(주인의 허락이 필요함) 산 사면을 치고 오르든지, 아니면 농장을 지나 임도따라 조금 더 내려 가면 우측 숲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을 만날 수 있고 표지기들이 달려 있다.


# 고개 바로 아래에 있는 농장 안으로 들어가 정맥길에 복귀했다.

 

 

 

# 농장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우측으로 표지기들이 달려 있다. 산행 마치고 차량 회수해서 내려오다 이 들머리를 발견했다.

 

 

 

샘내고개 고약한 인심 때문에 망친 기분을 농장 할머니의 친절로 보상받았다. 농장을 통과해서 뒷산으로 올라가면 금방 길이 없어져 버리고 잡풀이 무성하게 앞을 가로 막는다. 풀속에 뱀이 있을까 겁이 나긴 하지만 스틱 앞세우고 그냥 몸으로 밀쳐 헤치고 올랐다.

 

한참 그렇게 올라 가자 '큰 철조망 문'이 나타난다. 계속 위로 올라 가노라면 다시 '작은 철조망 문'이 나타나고 등산로가 나타난다. 표지기들도 보인다. 이 길로 우회한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좌측으로 아주 잠시 가다가 곧 바로 위로 능선을 바라보며 치고 오른다. 제법 가팔라 낑낑대며 위로 올라가니 다시 유격장이 나타나고 그곳도 훈련이 한창이다. 고생하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해서 조용히 우회해서 위로 오른다. 곧바로 '헬기장과 원형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고 통과하자 바람이 아주 시원하고 조망이 훌륭한 '바위전망대'가 나타난다.


위로 임꺽정봉을 보고 오르는데 암릉길이 나타나고 로프 구간이 몇 군데 나타난다. 암봉을 하나 지나자 우회로가 있고 정상은 철계단 건너 아주 가파른 직벽으로 되어 있다. 동절기나 우천시에는 아주 위험하겠다. 조심스레 위로 올라 가자 임꺽정봉 정상이 나온다.(13:55)



 
#  두 번째 작은 철조망 문.
 

 

 

 

#  정맥길에 위치한 유격장에선 유격훈련이 한창이다. 옛날 군 시절에는 저 빨간모자 쓴 조교들이 얼마나 무섭든지...

 

 

 

#  헬기장과 원형철조망을 지난다.

 

 

 

#  전망대에 서면 이곳저곳 훌륭한 조망을 선사한다.

 

  

 

# 임꺽정봉 정상이 건너다 보인다.

 

 

 

# 임꺽정봉 정상부에 있는 달팽이바위를 땡겨 본다.

 

  

 

# 임꺽정봉 상단의  로프구간.

 

 

 

#  우측으로 광백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  철계단을 건너고,

 

 

 

#  정맥은 정상 직전의 저 암봉으로 이어진다.

 

 

 

#  정상 암벽 우측으로 대교아파트와 오산삼거리가 내려다 보인다.

 

 

 

#  로프를 낑낑 타고 오르면,

 

 

 

#  임꺽정봉 정상이 나온다.

 

 

 

#  임꺽정봉의 유래가 적혀 있다.

 

 

 

정상에는 소나무 한 그루와 큰 바위 하나, 그리고 백두대간 하늘재 옆 포암산 정상석과 비슷하게 생긴 대포알 모양의 정상 표지목이 서 있다. 정상 우측 한쪽에는 벤치가 하나 있고 아래로 대교아파트와 오산삼거리, 작고개에서 호명산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이 한눈에 들어 온다. 정상 한 쪽에 자리 깔고 마음에 점 하나 찍으며 휴식을 취했다.

 

 


#  정상의 특이하게 생긴 바위.

 

 

 

#  오산삼거리, 작고개, 호명산으로 이어지는 정맥길.

 

 

 

#  정상 너머에 우뚝 선 불곡산.

 

 

 

#  이 산은 암봉이 발달한 산이다.

 

 

 

#  노년기 지형의 모습을 보여주는 수도권 산들의 공통적 모습이다.

 

 

 

#  정상 직전의 우측에 있는 철난간이 있는 암봉. 정맥길은 저 봉우리로 이어진다.

 

 

 

점심 먹고 출발하는데, 정상 너머 불곡산 방향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부착되어 있어 자칫 엉뚱한 길로 가기 쉽게 되어 있다. 그러나 정맥길은 정상에서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가' 우측 철난간이 있는 암봉으로 가야 한다.

정상을 내려 서면 대교아파트 방향이라고 적힌 이정목이 서 있다. 우측으로 '철제 난간이 있는 암봉'에 서면 사방 조망이 아주 훌륭하고 바람이 씽씽 몰아치고 있다. 운악산 망경대와 같은 형상의 암봉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망경대(望京臺)', 혹은 '망군대(望君臺)' 쯤의 이름을 가지지 않았나 짐작한다. 아니면 이 봉우리가 임꺽정의 혼(魂)이 서린 곳이니 만큼 세상을 뒤집어 엎어 버릴 꿈이 담긴 '득경대(得京臺)'나 '취경대(就京臺)'란 이름은 어떨지...

조선조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인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나 세상을 뒤엎을 꿈을 꿨던 임꺽정. 그 林巨正을 나는 벽초 홍명희의 소설보다는 이두호와 고우영의 만화로 먼저 접했다.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분사(憤死)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함께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암봉전망대 우측으로 내려가면 3~40여m 정도의 길고 가파른 로프 하강구간이 나타난다.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곳이다. 줄 꼭 잡고 조심해서 아래로 내려가 배낭 고쳐 메고 있는데, 3~40대 여성 둘이 암벽 상단부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매달려 도와 달라고 한다.

얼른 도와줄 요량으로 배낭 벗고 위로 올라 가려고 하는데, 남자 두 명이 위에서 내려 오며 여성들을 거의 껴안다시피 매달고 내려옵니다. 아래에서 줄 흔들리지 않게 잡아 주며 올려다 보니 이 사람들 상당히 엉큼한 포즈와 눈빛으로 그 상황을 즐기고 있네??? 음~~~


 

 

#  철제 난간이 있는 암봉.

 

 

 

#  임꺽정봉 정상부가 올려다 보인다.

 

 

 

#  로프 구간을 통과해서 좌측으로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  안부 능선의 바위 공터. 훈련 중인 군인들이 보인다.

 

 

 

#  아주 긴 로프 구간을 내려야 한다.

 

 

 

#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 곳이다. 종종 사고가 나는 곳이란다.

 

 

 

# 뒤에서 바짝 끌어 안은 묘한 자세로 여성을 껴안고 내려 온다. 굳이 저렇게 까지 안 해도...

 

 

 

암벽 아래에서 두 여성이 완전무장한 내 모습을 보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길래 한북정맥길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데, 두 남자가 배낭에서 맥주를 꺼내며 쉬었다 가자고 여성들을 유혹한다. 오~ 이 사람들 산에서 제대로 작업 거는데?? 둘 둘 짝도 맞는 것 같고 느끼한 작업 상황이 체질에 맞지도 않아 그들과 얼른 작별하고 출발했다.

잠시 진행하면 안부 능선에 좌측으로 대교아파트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길고 가파르게 아래로 내려 가다 보면 '미니 천제단'이 나온다. 크기만 작았지 태백산 천제단과 같은 모양이다.

 

바로 아래에는 텐트로 된 매점이 있다. 계속 아래로 내려가다 보니 좌측 계곡 너머로 암벽 연습을 하는 사람들 모습이 나타난다.

 

 


#  안부에서 좌측으로 계곡으로 내려 가야 한다.

 

 

 

#  국수나무.

 

 

 

#  땅비싸리.

  

 

 

#  백당나무.

 

 

 

#  보랏빛 엉겅퀴.

 

 

 

#  미니 천제단.

 

 

 

#  작은 돌탑이 있는 입구.

 

 

 

조금 더 내려가면 군 훈련지가 나온다. '갈림길'이 나와 '좌측 길'로 내려가면 다시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곳에서는 '직진'하여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공장지대가 나타나 골목길을 내려가면 '98번 도로'와 '대교아파트'에 이르게 된다.

대교아파트. 강/사/랑이 다니는 회사 계열사에서 지은 아파트다. 우리 회사 일이지만 이곳에 아파트를 건설한 줄은 몰랐다. 이런 외곽지역에 아파트를 지어서 무슨 돈을 벌겠다는 건지...

잠시 더 아래로 내려 가면 '오산삼거리'가 나온다.(15:30) 원래 계획은 울대고개까지 가보려고 했지만, 중간에 차 빼준다고 탈출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우여곡절을 겪느라 진이 빠져 이곳에서 그만하기로 했다.

 



#  98번 도로와 오산삼거리.

 

 

 

#  대교아파트.

 

 

 

#  건너편에 있는 임꺽정봉과,

 

 

 

#  불곡산을 올려다 본다.

 

 


#  다음 구간 들머리.

 

 

 

오산삼거리 슈퍼에서 생수 하나 사 먹고 백석 택시 불러 청엽굴고개로 복귀했다. 어쩌다 이런 곳에 차를 세워 뒀냐고 택시기사가 깜짝 놀란다. 그럴 일이 좀 있었습니다. 샘내고개 사람들의 기막힌 人心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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