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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이야기]2003년 초봄 홍천강 밤벌 유원지여울-느닷없는 나홀로 시조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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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이야기]2003년 초봄 홍천강 밤벌 유원지여울-느닷없는 나홀로 시조회

강/사/랑 2007. 7. 28. 13:45
 [견지이야기]2003년 초봄 홍천강 밤벌 유원지여울  



2003년 초봄의 어느 금욜날. 회사 동료의 장인상으로 인해 충남 부여로 조문을 다녀왔다. 이 강산의 아래 쪽으로 내려가니 곳곳이 꽃 잔치요, 가득한 봄 향기라 바야흐로 완연한 봄이었다.

 

부여에는 백마강이 흐르고 있다. 전라도 장수 땅 금남정맥 신무산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충청도와 전라도를 휘감아 서해바다로 흘러 드는 금강은 충청도 부여에 이르러 그 이름을 백마강으로 바꿔 불려진다.

 

백제 멸망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백마강을 천년 세월 흘러 불현듯 찾아 든 나그네의 눈길엔 꽃잎처럼 떨어졌다는 삼천궁녀의 흔적은 찾을 길 없고 무심한 강물만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문상 마치고 돌아오니 처가 식구들이 우리 집에 와 계셔서 그들과 밤새도록 주거니 받거니 음주삼매에 빠졌다. 토욜날 아침 쓰린 속 달래며 일어나 처가 식구들과 마눌에게 오랜만에 회포를 풀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내세워 혼자 출조를 감행했다.

"이건 내가 낚시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네 식구들과 오랜만에 정을 나누라는 이 남편의 높은 뜻임을 잘 헤아리시게!" 마눌에게 속보이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2003년의 첫 출조가 나홀로 시조회(始釣會) 형식으로 이뤄졌다.



느닷없는 나홀로 시조회



# 홍천강 여울 현황. (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 봄날의 백마강. 금강은 장수 신무산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호서지방 곳곳을 적신다. 그러다 부여에 이르면 백마강으로 그 이름이 바뀐다.

 

 

 

# 불탄 잔듸 사이로 파란 새싹이...  강 건너 부산의 모습이 보인다.

 

 

 

# 세월 흘러 삼천궁녀 사라진 물 위로 유람선만 떠다닌다. 

 

 

 

부여에서 조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처가 식구들과 하룻밤을 보낸 후 홀로 견지낚시를 떠났다. 산본집에서 오전 10시에 출발. 일단 단양쪽 낚시가게에 전화를 해보니 미끼로 쓸 구더기가 전혀 없다 한다. 그렇다면 구리 광미에 들러 구더기를 구하기로 하고 일단 출발.

 

구리 도착 무렵부터 막히기 시작한 길은 광미낚시에서 미끼 준비하고 나서는 순간부터 주차장으로 변신. 한 시간이 지나도록 5km도 못 간다. 이제 어쩌나?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식목일이 낀 연휴에 낚시 가겠다고 먼길 나선 내가 잘못이지... 그래도 이왕 나선 몸. 무조건 GO!!! 다만 단양 대신 홍천강이다!

 

양평 거쳐 홍천강 반곡여울에 도착하니 오후 3시. 무려 다섯 시간 만에 물가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은 왕박골쪽으로 갈려고 했는데 시간이 아까워 더이상 갈 수가 없었다. 밤벌유원지 아래여울엔 아무도 없다.


작년 가을에 청태만 잔뜩 낚아낸 기억이 있었지만 일단 물에 들어서는 것으로만 만족하자는 기분으로 바지장화 입고 견지대 뒤에 꽂고 구더기통 앞에 차고 입수!!!



 

# 반곡 밤벌유원지 아래 여울. 

 

 

 

# 밤벌유원지엔 견짓꾼 대신 행락객들로 시끌벅적 하다. 

 

 

 

# 나그네와 나룻배(만해 한용운의 詩던가?) 

 

 

 

# 햇살이 흐르는 여울. 

 

 

 

한 시간여 동안 구더기와 깻묵을 부지런히 뿌려 가며 열심히 시침질했으나 감감 무소식.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여울에 몸을 담근 것만으로도 기분은 좋다. 아랫도리가 서서히 얼어 오며 아려서 잠깐 물가로 나와서 담배 한대 피워 무니 담배맛이 그야말로 꿀맛이다.

 

재정비하고 다시 입수. 물살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시침질하기를 수백 차례. 한순간 덜커덩하는 저항감이 가느다란 낚시줄을 타고 찌르르 전해온다.

 

드디어 왔구나! 그래, 이 느낌을 도대체 얼마만에 느껴 보는 것인가? 지난 겨울 화천 산천어낚시에서 꽝, 지난 달 용인 송전지의 좌대 밤낚시에서 꽝. 두 번의 연이은 꽝 끝에, 다섯 시간 동안 길에서 시간을 허비한 끝에, 마눌에게 온갖 눈총 받아가며 달려온 끝에 느껴보는 짜릿한 이 손맛!!! 계미년 첫 여울 출조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 손맛!!!

 

묵직한 느낌에 비해 저항은 비교적 약한 편. 꾹꾹 처박는 누치도 아니고, 온갖 앙탈을 부리는 끄리도 아니고, 도대체 뭘까? 가까이 끌어내고 보니 의외로 끄리이다. 아직 물이 차서 활동성이 부족한 탓일까? 끄리 특유의 좌우 요동이 없어 잠시 헷갈리게 만들었다.



 

#  바로 이 넘이다. 

 

 


지난 겨울 동강에서 느껴본 이후 첫 손맛이다.  음~~~~~~~~~~~~~  좋타~~~~~~~~~~~~~~~

 

 


# 한 마리 잡은 기념으로 수장대 꽂고 살림망도 달아 본다.
 

 

 


이후 끄리 한 마리하고 덩치 큰 피라미 두 마리 잡고 낚시를 종료했다. 다섯 시간 달려와서 세 시간 낚시한 셈이다.


 


# 오늘의 조과. 수온 아직 차갑고 물고기 활성도 낮은 시절을 감안하면 꽤 좋은 결과이다.
 

 

 


중간에 춘천에서 오신 분께서 가족들과 같이 오셔서 아드님과 같이 내 옆에서 한시간여 낚시하셨지만 성과없이 내일을 기약하고 가시고, 내가 낚시를 끝낼 무렵 젊은이 세 명이 왕박골에서 전혀 소득이 없었다면서 내가 섰던 자리로 들어 다.

 

 


# 재미는 좀 보셨는지?
 

 

 


술이 덜깬 상태로 예정에 없던 출조를 감행한 것 치고는 변변치 않은 조과이고 누치 구경은 못했지만 여울 속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기분 좋은 하루였다. 그렇게 한 해의 낚시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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