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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여섯번째(덕고개~차령고개)-바스락바스락! 와삭와삭! 본문
'레미 드 구르몽(Remy de Gourmont)'은 프랑스의 문예평론가이자 시인이다.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낙엽은 시인이 34세 때 출판한 시집 '시몬(La Simon)'에 수록된 시다. '시몬'이라는 여성에게 바치는 연가(戀歌) 모음집인데, 지성과 관능이 미묘하게 융합된 낭만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삼류 복제품에 자주 인용되고 어린 영혼들의 감상적 넋두리에 활용되어 통속시(通俗詩)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시몬, 너는 좋으냐?" 하면 벌써 이발소 그림이 떠오르거나 심야 음악방송의 엽서가 생각나게 된 것이다.
낙엽과 아름다운 여성을 연결한 싯구가 관능적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반복되는 운율과 감상적인 정서가 우리 민족 정서와 잘 맞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마냥 통속적이지도 않고 시각적 청각적 상상력도 충만한 시였다. 좋은 시다. 찬찬히 읽어볼 가치 있다. 그리하여 이번 금북정맥 여섯 번째 나들이엔 내도록 구르몽의 '낙엽(La Feuille)'을 읊조리며 산길을 걸었다. 바스락 바스락! 와삭 와삭!! 구간 : 금북정맥 제 6구간(덕고개~차령고개) 덕고개(11:00) ~ 전의 과선교 ~ 691번 도로/도로따라 이동 ~ 탄약부대 갈림길 ~ 압실마을(12:00) ~ 명산사 갈림길(12:10) ~ 묵밭 ~ 계곡 오름 ~ 310봉 안부(12:58) ~ 참호있는 무명봉 ~ 355봉 ~ 묵은 고개 ~ 290봉 ~ 임도(13:36) ~ 송전탑1/351봉(13:45)/점심 후 출발(14:17) ~ 송전탑2 ~ 380봉(14:30) ~ 350봉 ~ 국사봉 갈림길/되재(15:05) ~ 421봉 ~ 헬기장(15:50) ~ 임도 ~ 송전탑3(16:05) ~ 국사봉/송전탑4(16:25) ~ 삼각점 ~ 밤나무밭 ~ 송전탑5/NO118(16:55) ~ 342봉 ~ 임도 ~ 송전탑6 ~ 차령고개(17:50).
마침 금북길은 백곰님 내외가 오늘 같은 구간을 먼저 출발해서 걸어가고 있다. 전날 전화 와서 같이 진행하자고 제의가 왔지만, 햇살 퍼지고 나서야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내 건강 때문에 먼저 출발하시라고 양해를 구했다.
공주에서 천안으로 통하는 큰 고개로써 옛날엔 한양을 드나드는 삼남대로의 한 고개로 남도 사람들이 아끼는 귀중한 고개였고 많은 애환이 서리기도 한 고개다. 차령 또는 원터고개라고도 한다. 차령고개는 원래 높은 고개라는 뜻을 가진 수리고개였을 것이다. 수리는 수레로 바뀌고, 수레의 한자어인 차령(車嶺)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되재 조선시대 중엽에 한양에서 널리 알려진 地官 한사람이 묘자리를 찾기 위해 차령산맥 줄기를 따라 오다가 지금의 사현리에 이르러 광정쪽을 바라보다가 지형이 정안천으로 인해 뚝 끊어진 것을 보고 묘자리 좋은 곳이 없어서 한양으로 되돌아 갔다 하여 되재라 부른다고 한다. 쇠내골 금내곡(金內谷), 삼천리(三川里) 원터 동남쪽 긴 골짜기에 있는 마을. 소와 금이 많이 났다고 한다. <이곳저곳>(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오늘 구간은 백두대간 은티재 ~ 이화령 구간과 산줄기의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 곧게 가던 산줄기가 이탈리아 반도처럼 우측으로 길게 주름잡혀 돌출되어 한바퀴 빙 둘러 가게끔 되어 있다.
(11:00). 전의면 경부선 철길을 넘는 과선육교((過線陸橋) 앞에서 가볍게 몸 풀고 오늘 구간을 출발했다. 금북은 언제나 이렇게 출발이 늦다.
# 육교 아래는 경부선 철길이 지난다.
과선교를 지나 잠시 가면 '1번 국도'가 앞을 가로막고 그 아래로 '691번 지방도'가 지하도와 연결되어 휘감아 간다. 691번 도로 따라 압실마을까지 가야 한다. 간혹 차량들이 지나다니는 691번도로 따라 길게 진행하였다. 군데군데 가을꽃이며 억새꽃이며 빨간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들이 서 있는 마을 풍경들이 이어진다. 다만 구간 시작을 산길이 아닌 아스팔트 따라 한다는 것이 쬐끔 찝찝하기는 하였다.
# 청기왓집 슈퍼와 양곡교.
# 양곡교 앞에서 우측으로 올라가야 한다.
1시간 동안 아스팔트길을 걸었다. 압실마을로 올라가다 보면 과수원들이 나온다. 우측으로 도랑과 샛길이 갈라지는 곳에 전봇대가 있고 '명산사 갈림길'이 나타난다.(12:10). 갈림길엔 두어 시간 전에 매단 백곰님의 싱싱한 표지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시멘트 도로 따라 길게 올라가는데, 꽃뱀 한 마리 발 앞을 후딱 지나가서 깜짝 놀라게 한다.
# 전봇대 앞에서 우측으로 올라 간다.
# 주인 떠난 빈집엔 기둥 기울고 벽은 허물어져 바람 지나는 소리 휑하지만, 손주들 기다렸을 감나무엔 주렁주렁 옛 이야기만 매달려 있다.
# 전방의 잘록한 310봉 안부로 치고 올라 가야 한다.
# 원두막이 있는 갈림길.
# 착한 농부는 까치밥 하나 정성껏 남겨 두었다.
숲 터널을 지나면 묵밭이 나오고 그 너머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 곳은 정맥꾼들 외엔 지나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길이 희미하고 요 며칠 사이 낙엽이 많이 쌓여 길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다만 계곡 따라 산의 사면을 짐작으로 치고 올라 가야 하는데, 중간중간 표지기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그렇다.
# 묵밭이 나오고 좌측에도 표지기가 있고 우측에도 표지기가 있다.
# 간혹 붉은 단풍을 만나 눈호사도 한다.
# 자작나무 잎은 햇살에 노랗게 반짝인다.
# 본격적인 정맥길인 310봉 안부. 우측에 군부대 철조망이 있다.
전의를 떠난지 1시간 58분만에 정맥길에 올라섰다. 안부 우측엔 군부대 철조망이 있고 초병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좌측으로 꺾어 본격적인 정맥길에 나섰다.
# 미역취.
# 저 산은 오르지는 않고 하루종일 빙빙 돌게 된다.
# 인적 끊어진 묵은 고개.
고개를 지나 잠시 오르면 '290봉'을 넘는다. 곧바로 숲을 벗어나고 임도와 만나게 된다.(13:36) 어라? 지도에는 임도가 없었는데? 좌측 전방에 큰 '송전탑'이 있고 전선이 바람에 윙윙 울고 있다.
# 전방에 송전탑과 351봉이 보인다.
# 윙윙 소리내며 울고 있다.
# 송전탑 아래는 아직 풀이 푸르다.
# 요근래 급격히 창궐하여 심각한 생태계 피해를 일으키는 중국 붉은 매미.
# 산을 휘감아 송전탑2 쪽으로 가야 한다.
점심 먹고 짧게 거풍(擧風)도 한 번 하고 14:17에 출발했다. 곧바로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한 차례 밀어 올려 '두 번째 송전탑'을 만났다. 두 번째 송전탑은 조망이 더 좋다. 이곳도 풀이 푸른 빛을 유지하고 있다. 송전탑 때문에 숲 그늘이 지지 않아 일조량이 풍부해서 풀들이 아직 무성한가 보다.
# 정맥을 점령한 군부대. (위 사진을 최대 줌으로 땡긴 것이다.) 이번 산행부터 황악바람님께 분양받은 18-200mm 렌즈를 사용하는데, 커버 범위가 넓고 줌 기능은 확실하다. 다만 너무 크고 무거운 것이 단점이다.
고개 우측 숲으로 들어가 한차례 올리면 '380봉'을 넘게 되고(14:30), 아래로 내려 작게 한번 오르내린 후 잘록이에서 한차례 찐하게 밀어 올린다. 낙엽 때문에 미끄러워 헛발질을 몇 번이나 하였다.
지도에는 이곳을 '되재'라고 표기해 두었다. 자료에는 풍수가가 이곳에서 되돌아 갔다고 해서 되재라고 불렀다는데, 굳이 되돌아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산줄기가 서진(西進)에서 북진(北進)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어 있다.
# 길찾기 유의해야 하는 415봉.
# 억새 무성한 헬기장.
헬기장 내리막은 가파르고 미끄럽다. 주춤주춤 조심해서 내리면 안부에 이르고 우측 아래로 임도가 올라오고 있다. 작게 오르면 트인 곳이 나와 지나온 정맥길과 탄약부대, 그 너머로 전의와 경부고속도로도 보인다.
# 올해 단풍 구경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 유명산이야 사람 구경이 더 많을 테니 금북에서 보는 단풍구경도 나쁘지 않다.
# 다시 임도를 만난다.
# 지나온 정맥길. 저 멀리 출발지인 전의까지 보인다.
# 송전탑3과 412봉.
# 송전탑3의 조망.
송전탑 아래에는 사계청소를 해 두었는데 베어낸 잡목들로 빙 둘러 쳐 두었다. 휴식 후 출발하려고 하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쌓아 둔 잡목들을 헤쳐 보지만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가 없다. 표지기도 전혀 없다.
# 안부에서 돌아다 본 세 번째 송전탑.
# 국수봉 정상.
# 이름표를 달고 있다.
지나온 국사봉과 이곳 국수봉은 오늘 구간 최고봉이 아님에도 이름을 얻었다. 국사봉은 보통 애국충절이나 풍수적인 의미를 갖기 마련인데, 이곳의 유래는 알 길이 없다. 삼각점을 달면서 이름을 얻었나?
# 숲 너머로 오늘 구간의 마지막 산줄기가 좌로 뻗어 가고 있다.
# 오늘은 내도록 송전탑을 따르게 된다.
# 밤나무밭에서 내려온 송전탑4를 돌아다 본다.
# 다섯 번째 송전탑을 향해 올라야 한다.
우측으로 수렛길을 따라 갔다. 안부에 이르면 전방에 342봉이 버티고 있다. 우측으로 임도가 휘감아 올라가고 좌측으론 밤나무 농장의 작은 길이 갈라지고 있다.
# 어느새 석양빛이 물든다.
# 342봉, 꾀부리다 곤욕을 치렀다.
잔머리의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다시 출발했다.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형상이다. 한참 진행하는데 우측 아래로 임도가 따라오고 있다. 결국 342봉 안부에서 임도를 따랐으면 편하게 올 걸 그랬다. 오늘 구간은 임도를 따르면 차령고개까지 그냥 편하게 갈 수 있다.
# 능선을 버리고 좌측 계곡쪽으로 내려 가야 한다.
# 한바탕 알바를 하고 다시 임도를 만났다.
# 다시 숲으로 들어 간다.
# 넓은 묘지 위에서 지나온 정맥길을 돌아본다.
# 쇠내골로 들어가는 길과 원덕산 쪽이 조망된다.
우측 아래로 임도가 게속 따라온다. 이제 정말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낙엽 때문에 길이 안보여서 계속 조금씩 알바를 해야 했다. 17:50. 차령고개에 내려 서는데 백곰님 부부가 택시를 불러 놓고 반겨준다.
# 폐쇄된 차령고개 휴게소.
날머리에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백두대간 졸업할 때 외에는 처음이다. 백곰님 부부는 부창부수(夫唱婦隨)로 산사랑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이때 마눌이 같이 있었으면 딱인데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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