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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여섯번째(덕고개~차령고개)-바스락바스락! 와삭와삭! 본문

1대간 9정맥/금북정맥 종주기

[금북정맥]여섯번째(덕고개~차령고개)-바스락바스락! 와삭와삭!

강/사/랑 2007. 11. 21. 19:09
 [금북정맥]여섯번째(덕고개~차령고개)



낙엽

시몬.. 나뭇잎이 져버린 숲으로 가자. /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낙엽은 너무나도 부드러운 빛깔, / 너무나도 나지막한 목소리.. / 낙엽은 너무나도 연약한 땅 위에 흩어져 있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황혼 무렵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프다. / 바람이 불면 낙엽은 속삭인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 낙엽은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소리.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오라.. 우리도 언젠가 낙엽이 되리라. / 오라..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시몬, 나무 잎이 저버린 숲으로 가자. / 이끼며 돌이며 오솔길을 덮은 낙엽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 낙엽 빛깔은 상냥하고, 모습은 쓸쓸해 / 덧없이 낙엽은 버려져 땅 위에 딩군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 저녁 나절 낙엽의 모습은 쓸쓸해 / 바람에 불릴 때, 낙엽은 속삭이듯 소리친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 서로 몸을 의지하리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 / 서로 몸을 의지하리 이미 밤은 깊고 바람이 몸에 차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 구르몽

옛날. 우리 어렸던 때. 라디오가 문화생활의 전부이던 시절. '별이 빛나는 밤에', '잠못 이루는 그대에게' 등등 심야 라디오 프로는 당시 청소년들의 중요한 정신적 휴식처였다. 그 시절에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때문에 심야의 라디오 프로는 음악에 대한 갈증 해소의 거의 유일한 해방구였다.

그 시절 가을이 될 때면 누군가 한 명은 꼭 구르몽의 '낙엽'이란 저 시(詩)를 단풍잎, 은행잎 말려 장식한 엽서에 예쁘게 적어서 방송국에 보내곤 했다. 예쁜 엽서 전시회 등등에도 꼭 하나는 등장하기도 했다.

아! 이발소 그림에도 종종 등장하기도 했다. 흔히 이발소 그림이라고 하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쓴 붓글씨 들어간 그림이나, 돼지가 여러 마리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그림, 밀레의 만종 등의 그림을 조악하게 복제한 그림들을 말하는데, 그 이발소 그림에 꼭 등장하는 게 저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詩)다.


'레미 드 구르몽(Remy de Gourmont)'은 프랑스의 문예평론가이자 시인이다.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낙엽은 시인이 34세 때 출판한 시집 '시몬(La Simon)'에 수록된 시다. '시몬'이라는 여성에게 바치는 연가(戀歌) 모음집인데, 지성과 관능이 미묘하게 융합된 낭만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삼류 복제품에 자주 인용되고 어린 영혼들의 감상적 넋두리에 활용되어 통속시(通俗詩)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시몬, 너는 좋으냐?" 하면 벌써 이발소 그림이 떠오르거나 심야 음악방송의 엽서가 생각나게 된 것이다.


나역시 그러하여서 통속적이란 이유로 별로 좋아하지도 특별히 자세하게 읽어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에 즉, 산길 걷다 낙엽 밟는 소리를 하루 종일 듣다 보니 문득 그 시(詩)가 생각났고 오랜만에 찬찬히 전문을 읽어 봤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시라는 것을 느꼈다.


낙엽과 아름다운 여성을 연결한 싯구가 관능적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반복되는 운율과 감상적인 정서가 우리 민족 정서와 잘 맞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마냥 통속적이지도 않고 시각적 청각적 상상력도 충만한 시였다. 


좋은 시다. 찬찬히 읽어볼 가치 있다. 그리하여 이번 금북정맥 여섯 번째 나들이엔 내도록 구르몽의 '낙엽(La Feuille)'을 읊조리며 산길을 걸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바스락 바스락! 와삭 와삭!!



바스락 바스락! 와삭 와삭!!


구간 : 금북정맥 제 6구간(덕고개~차령고개)
거리 : 구간거리(15.1 km), 누적거리(77.0 km)(접속구간 포함)
일시 : 2007년 11월 3일. 흙의 날.
세부내용 :


덕고개(11:00) ~ 전의 과선교 ~ 691번 도로/도로따라 이동 ~ 탄약부대 갈림길 ~ 압실마을(12:00) ~ 명산사 갈림길(12:10) ~ 묵밭 ~ 계곡 오름 ~ 310봉 안부(12:58) ~ 참호있는 무명봉 ~ 355봉 ~ 묵은 고개 ~ 290봉 ~ 임도(13:36) ~ 송전탑1/351봉(13:45)/점심 후 출발(14:17) ~ 송전탑2 ~ 380봉(14:30) ~ 350봉 ~ 국사봉 갈림길/되재(15:05) ~ 421봉 ~ 헬기장(15:50) ~ 임도 ~ 송전탑3(16:05) ~ 국사봉/송전탑4(16:25) ~ 삼각점 ~ 밤나무밭 ~ 송전탑5/NO118(16:55) ~ 342봉 ~ 임도 ~ 송전탑6 ~ 차령고개(17:50).

총 소요시간 6시간 50분. 만보계 기준 28,800보.

 


11월 3일. 흙의 날. "낙동이냐, 금북이냐? 아니면 자전거 타고 속초까지 내달리느냐?" 로 마눌과 둘이 입씨름하다가 그중 제일 가깝고 쉬운 금북정맥을 하기로 했다.

 

마침 금북길은 백곰님 내외가 오늘 같은 구간을 먼저 출발해서 걸어가고 있다. 전날 전화 와서 같이 진행하자고 제의가 왔지만, 햇살 퍼지고 나서야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내 건강 때문에 먼저 출발하시라고 양해를 구했다.

다음날 6시에 알람을 맞춰 뒀는데 눈 뜨니 일곱시가 넘었다. 아이구야, 서둘러라! 부랴부랴 짐 챙겨서 군포역에서 전철 타고 1시간여 졸다 깨다 천안역에 도착했다. 지난 번에 전의에서 타고 왔던 240-1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이 넘어도 올 생각을 않는다. 할 수 없이 택시 타고 전의로 향했다.

소정리 지나 전의로 접어들어 덕고개를 넘었다. 덕고개 표지석 옆에 백곰님의 은색 쏘렌토가 주차되어 있다. 부지런한 이 부부 오늘도 일찌감치 산에 들어 갔다. 천안에서 전의까지 택시비 20,000냥 달랜다.

 

 

차령고개/車嶺

공주에서 천안으로 통하는 큰 고개로써 옛날엔 한양을 드나드는 삼남대로의 한 고개로 남도 사람들이 아끼는 귀중한 고개였고 많은 애환이 서리기도 한 고개다. 차령 또는 원터고개라고도 한다. 차령고개는 원래 높은 고개라는 뜻을 가진 수리고개였을 것이다. 수리는 수레로 바뀌고, 수레의 한자어인 차령(車嶺)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되재

조선시대 중엽에 한양에서 널리 알려진 地官 한사람이 묘자리를 찾기 위해 차령산맥 줄기를 따라 오다가 지금의 사현리에 이르러 광정쪽을 바라보다가 지형이 정안천으로 인해 뚝 끊어진 것을 보고 묘자리 좋은 곳이 없어서 한양으로 되돌아 갔다 하여 되재라 부른다고 한다.

쇠내골

금내곡(金內谷), 삼천리(三川里) 원터 동남쪽 긴 골짜기에 있는 마을. 소와 금이 많이 났다고 한다.

<이곳저곳>
( F11 키를 누르면 보시기 편합니다.)

 

 


# 금북정맥 제 6구간 덕고개~차령고개 지형도(아래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음) 


 

 

 

오늘 구간은 백두대간 은티재 ~ 이화령 구간과 산줄기의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 곧게 가던 산줄기가 이탈리아 반도처럼 우측으로 길게 주름잡혀 돌출되어 한바퀴 빙 둘러 가게끔 되어 있다.

게다가 군부대가 그 끝자락에 주둔하고 있는 모양까지 동일하다. 다만 이화령 구간은 군부대를 잠시만 우회하면 되지만, 금북의 오늘 구간은 군부대가 5Km 넘게 마루금을 장악하고 있어서 산길이 아닌 지방도를 따라 아주 멀리 우회해야 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불룩하게 돌출되어 있는(혹은 오목하게 깊게 들어가 있는) 지형 때문에, 백두대간 은티마을은 음기(陰氣)가 센 곳으로 여겨져서 남근석(男根石)을 세워 그 음기를 누르고 있다. 이곳 천안 원덕리의 쇠내골도 같은 지형을 가지고 있는데 여근곡이나 남근석의 전설이나 유물이 있으려나?


 

(11:00). 전의면 경부선 철길을 넘는 과선육교((過線陸橋) 앞에서 가볍게 몸 풀고 오늘 구간을 출발했다. 금북은 언제나 이렇게 출발이 늦다.

원래는 산길을 조금 걸어 성요셉 치매센터에서 도로로 내려와야 하지만, 군부대 때문에 가지 못하는 산길 조금 걷는다는 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먼저 출발한 백곰님네 따라 잡는 게 급해서 곧장 바로 도로따라 진행하기로 했다.

 

 


# 전의면 과선교 앞에서 포즈를 취한 내 고생보따리.

 

 

 

# 육교 아래는 경부선 철길이 지난다.

 

 

 

과선교를 지나 잠시 가면 '1번 국도'가 앞을 가로막고 그 아래로 '691번 지방도'가 지하도와 연결되어 휘감아 간다. 691번 도로 따라 압실마을까지 가야 한다.


간혹 차량들이 지나다니는 691번도로 따라 길게 진행하였다. 군데군데 가을꽃이며 억새꽃이며 빨간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들이 서 있는 마을 풍경들이 이어진다. 다만 구간 시작을 산길이 아닌 아스팔트 따라 한다는 것이 쬐끔 찝찝하기는 하였다.

잠시 후 탄약대대로 올라가는 갈림길을 만나고, 한참을 도로 따라 걸어 가다보면 '양곡리'를 알리는 큰 표지석이 나타난다. '청기와'를 올린 가겟집과 '양곡교'가 있다.(12:00)



 


# 우측으로 올라가면 1번 국도에 오르게 되고, 압실마을은 직진해야 한다.

 

 


# 탄약부대 갈림길.

 

 

 

# 청기왓집 슈퍼와 양곡교.

 

 

 

# 양곡교 앞에서 우측으로 올라가야 한다.

 

 

 

1시간 동안 아스팔트길을 걸었다. 압실마을로 올라가다 보면 과수원들이 나온다. 우측으로 도랑과 샛길이 갈라지는 곳에 전봇대가 있고 '명산사 갈림길'이 나타난다.(12:10).


갈림길엔 두어 시간 전에 매단 백곰님의 싱싱한 표지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시멘트 도로 따라 길게 올라가는데, 꽃뱀 한 마리 발 앞을 후딱 지나가서 깜짝 놀라게 한다.

고도를 서서히 높여 올라 가다보면 전방에 정맥길과 군부대가 올려다보인다. 전방의 잘록한 310봉 안부로 치고 올라 가야 정맥길과 합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후 '원두막과 감나무가 한 그루있는 갈김길'이 나와 우측으로 올라간다.


 


# 압실마을 초입의 노란 은행나무.

 

 

 

# 전봇대 앞에서 우측으로 올라 간다.

 

 

 

# 주인 떠난 빈집엔 기둥 기울고 벽은 허물어져 바람 지나는 소리 휑하지만, 손주들 기다렸을 감나무엔 주렁주렁 옛 이야기만 매달려 있다.



 

 

 

# 전방의 잘록한 310봉 안부로 치고 올라 가야 한다. 

 

 

 

# 원두막이 있는 갈림길. 

 

 

 

# 착한 농부는 까치밥 하나 정성껏 남겨 두었다. 

 

 

 

숲 터널을 지나면 묵밭이 나오고 그 너머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 곳은 정맥꾼들 외엔 지나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길이 희미하고 요 며칠 사이 낙엽이 많이 쌓여 길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다만 계곡 따라 산의 사면을 짐작으로 치고 올라 가야 하는데, 중간중간 표지기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그렇다.

끊어진 정맥을 찾아 310봉 안부로 올라간 사람들도 있고, 좌측의 355봉을 우회해서 좌측으로 바로 간 사람들도 있고 해서 그런가 보다. 발목이 빠지는 낙엽에 쭉쭉 미끌려 가며 억지로 억지로 치고 올라 '310봉 안부'에 올라 섰다.(12:58).

 


#  숲 터널을 지나면,
 

 

 

 

# 묵밭이 나오고 좌측에도 표지기가 있고 우측에도 표지기가 있다.

 

 

 

# 간혹 붉은 단풍을 만나 눈호사도 한다. 

 

 

 

# 자작나무 잎은 햇살에 노랗게 반짝인다.

 

 

 

# 본격적인 정맥길인 310봉 안부. 우측에 군부대 철조망이 있다.

 

 

 

전의를 떠난지 1시간 58분만에 정맥길에 올라섰다. 안부 우측엔 군부대 철조망이 있고 초병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좌측으로 꺾어 본격적인 정맥길에 나섰다.

마루금에도 낙엽이 가득해 와샥와샥, 사그락사그락 온 숲속에 강/사/랑이 지나고 있음을 알리고 스스로 음미하게도 만든다.

구르몽은,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소리".라고 노래했다. 우리나라의 시인 김광균은 '설야(雪夜)'란 시에서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눈 내리는 소리를 표현했다. 낙엽은 여자의 옷자락 소리처럼 사그락 거리고, 눈은 여인의 옷 벗는 소리처럼 사르락 거리나 보다.

오르막을 유지하며 한차례 밀어 올리면 '참호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게 되고, 잠시 더 오르면 '355봉'이다. 이곳을 지나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지만 곧 다시 좌측으로 틀어 가파르게 고도를 내린다. 숲 너머에 봉우리 하나가 보여 저 넘을 올라야하나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저 넘은 하루종일 바라만 보고 빙빙 돌 뿐이다.

길게 내려가는데 일주일 사이에 온통 낙엽으로 숲바닥이 뒤덮여 가뜩이나 다니는 사람 없어 희미한 금북길이 아예 길이 사라져 버렸다. 산이란 본래 내리막 길에서 갈림길이 많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 정도라면 내리막길에서 길찾기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하겠다. (13:30). 압실과 쇠내골을 이어주는 '묵은고개'를 만났다. 


 


# 가을의 막바지를 향기롭게 만드는 산국.
 

 

 

 

# 미역취.

 

 

 

# 저 산은 오르지는 않고 하루종일 빙빙 돌게 된다. 

 

 

 

# 인적 끊어진 묵은 고개.

 

 

 

고개를 지나 잠시 오르면 '290봉'을 넘는다. 곧바로 숲을 벗어나고 임도와 만나게 된다.(13:36) 어라? 지도에는 임도가 없었는데? 좌측 전방에 큰 '송전탑'이 있고 전선이 바람에 윙윙 울고 있다.

임도 따라 몇 걸음 가지 않아 곧 좌측 마루금으로 올라 가라고 표지기들이 손짓한다. 그냥 임도 따라 가도 될 것 같은데? 마루금을 따라 한차례 낑낑 거리면 '송전탑' 아래에 서게 된다. '351봉'이다.(13:45)

온 산이 갈색으로 변해 가는데 송전탑 아래에는 아직 풀들이 푸르다. 돌아보면 지나온 정맥길과 걷지 못한 마루금 위의 군부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햇살 좋은 송전탑 아래에서 마음에 점 하나 찍었다.

 


# 지도에는 없는 임도.

 

 

 

# 전방에 송전탑과 351봉이 보인다. 

 

 

 

# 윙윙 소리내며 울고 있다.

 

 

 

# 송전탑 아래는 아직 풀이 푸르다.

 

 

 

# 요근래 급격히 창궐하여 심각한 생태계 피해를 일으키는 중국 붉은 매미.

 

 

 

# 산을 휘감아 송전탑2 쪽으로 가야 한다.

 

 

 

점심 먹고 짧게 거풍(擧風)도 한 번 하고 14:17에 출발했다. 곧바로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한 차례 밀어 올려 '두 번째 송전탑'을 만났다. 두 번째 송전탑은 조망이 더 좋다. 이곳도 풀이 푸른 빛을 유지하고 있다. 송전탑 때문에 숲 그늘이 지지 않아 일조량이 풍부해서 풀들이 아직 무성한가 보다.

이곳에서 임도는 곧장 고개를 넘어 사라지고 정맥은 고개 위에서 우측 숲으로 들어 가야 한다.

 

 


# 두 번째 송전탑. 정맥은 우측으로.

 

 


# 지나온 정맥길. 

 

 

 

# 정맥을 점령한 군부대. (위 사진을 최대 줌으로 땡긴 것이다.) 이번 산행부터 황악바람님께 분양받은 18-200mm 렌즈를 사용하는데, 커버 범위가 넓고 줌 기능은 확실하다. 다만 너무 크고 무거운 것이 단점이다.

 

 

 

고개 우측 숲으로 들어가 한차례 올리면 '380봉'을 넘게 되고(14:30), 아래로 내려 작게 한번 오르내린 후 잘록이에서 한차례 찐하게 밀어 올린다. 낙엽 때문에 미끄러워 헛발질을 몇 번이나 하였다.

그렇게 '350봉'을 넘고 좌측으로 꺾어 내리게 된다. 안부에서 다시 한차례 밀어 올리니 365가 찍히는 봉우리가 나오고 좌측 전방에 국사봉이 숲 너머로 보인다.

잠시 내렸다 바로 위로 올라 채서 봉우리 하나를 오르고 바로 너머 능선에서 정맥길은 우측으로 90도 꺾는다. '국사봉 갈림길'이다.(15:05)

 


# 숲 너머로 국사봉이 보인다.

 

 


# 국사봉 갈림길. 이곳에서 우측으로 90도 꺾인다. 

 

 

 

지도에는 이곳을 '되재'라고 표기해 두었다. 자료에는 풍수가가 이곳에서 되돌아 갔다고 해서 되재라고 불렀다는데, 굳이 되돌아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산줄기가 서진(西進)에서 북진(北進)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어 있다.

길게 아래로 내려 안부에 이르면 우측 바로 아래로 절이 숲 너머 보이고 풍경소리가 땡그랑땡그랑 들려 온다. 잠시 맑은 소리로 귀를 씻으며 휴식하였다.

봉우리 두어 개를 오르내리고 다시 한 차례 찐하게 밀어 올려 400이 찍히는 봉우리를 넘었다. 그곳에서 조금 내렸다가 한차례 밀어 올려 415가 찍히는 봉우리에 오른다. 정상 직전에 좌측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그 길은 알바길이다.

정상에서 우측으로 꺾어 내려간다. 안부에서 조금 올라 '421봉'을 지나고 아래로 내렸다가 한차례 밀어 올리면 억새 무성한 '헬기장'에 서게 된다.(15:50)

 


   

# 길찾기 유의해야 하는 415봉.

 

 

 

# 억새 무성한 헬기장.

 

 

 

헬기장 내리막은 가파르고 미끄럽다. 주춤주춤 조심해서 내리면 안부에 이르고 우측 아래로 임도가 올라오고 있다. 작게 오르면 트인 곳이 나와 지나온 정맥길과 탄약부대, 그 너머로 전의와 경부고속도로도 보인다.

다시 임도에 서서 임도를 따라 오르는데 좌측 숲에서 큰 짐승 두 마리가 느닷없이 튀어 나온다. 아이구~ 놀래라!! 놀라 뒤로 물러 서는데 고라니 두 마리가 영역다툼 중이다. 숲에서 튀어 나와 내 앞으로 달려 오더니 방향을 틀어 숲 아래로 내달린다.

오늘 구간은 생긴 것부터 하는 짓까지 대간길 이화령 가는 구간과 흡사하다. 마눌과 백두대간 할때 이화령 가는 길에 고라니 두 마리 때문에 뒤로 벌렁 나자빠진 적도 있으니... 허허 참~~


잠시 후 세 번째 송전탑에 오른다. (16:05)

 


   

# 올해 단풍 구경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 유명산이야 사람 구경이 더 많을 테니 금북에서 보는 단풍구경도 나쁘지 않다.

 

 

 

# 다시 임도를 만난다.

 

 

 

# 지나온 정맥길. 저 멀리 출발지인 전의까지 보인다.

 

 

 

# 송전탑3과 412봉.

 

 

 

# 송전탑3의 조망.

 

 

 

송전탑 아래에는 사계청소를 해 두었는데 베어낸 잡목들로 빙 둘러 쳐 두었다. 휴식 후 출발하려고 하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쌓아 둔 잡목들을 헤쳐 보지만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가 없다. 표지기도 전혀 없다.

그래서 왔던 길 따라 다시 위로 조금 가보니 송전탑 오기 전 임도가 구부러지는 지점에서 송전탑으로 오지 않고 곧장 숲 아래로 떨어져 내리게 되어 있다. 무심코 송전탑까지 갔다가 출구를 못 찾은 것이다. 숲으로 들어가 아래로 내렸다가 '바위가 있는 능선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꺾어 미끄럽게 내려갔다.

잠시 후 임도를 다시 만나고 잠시 임도를 따르다가 다시 숲으로 들어 갔다. 어차피 네 번째 송전탑 쪽으로 가야 하니 이 임도를 따라도 될 것 같다. 다만 마루금으로 가면 지나온 정맥길의 조망이 조금 허락될 뿐이다. 네 번째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국수봉'이다.(16:25)

 

 
# 임도가 송전탑 쪽으로 좌로 꺾이는 곳에서 직진으로 떨어져 내린다.

 

 

 

# 안부에서 돌아다 본 세 번째 송전탑.

 

 

 

# 국수봉 정상.

 

 

 

# 이름표를 달고 있다.

 

 

 

지나온 국사봉과 이곳 국수봉은 오늘 구간 최고봉이 아님에도 이름을 얻었다. 국사봉은 보통 애국충절이나 풍수적인 의미를 갖기 마련인데, 이곳의 유래는 알 길이 없다. 삼각점을 달면서 이름을 얻었나?

차령고개까지는 이제 2.6km가 남았다. 우측으로 떨어져 내린다. 길고 미끄럽게 내려가는데 좌측 전방 숲 너머로 가야 할 정맥 줄기가 보인다. 잠시 직진하다가 좌측으로 길게 넘어가야 하는 형상이다. 산자락이 떨어지는 좌측 끝에 차령고개가 있을 것이다.

길게 진행하다가 삼각점이 있는 곳을 지나자 숲이 트인 곳이 나오고 가야 할 길이 전방에 한 눈에 들어 온다. 어느새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고 있다. 길게 내려 잘록이에 이르면 산사면이 온통 밤나무밭이다. 조금 전에 내려온 국수봉이 올려다 보인다.

잠시후 밤나무밭을 본격적으로 만나고 밤나무 밭 속을 걸어 가다 위로 오르면 '송전탑5'가 나타난다. No 118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16:55)

 


# 오늘 구간의 대세는 이 철 모르는 놈이다.

 

 

 

# 숲 너머로 오늘 구간의 마지막 산줄기가 좌로 뻗어 가고 있다.

 

 

 

# 오늘은 내도록 송전탑을 따르게 된다.

 

 

 

# 밤나무밭에서 내려온 송전탑4를 돌아다 본다.

 

 

 

# 다섯 번째 송전탑을 향해 올라야 한다. 

 

 

 

우측으로 수렛길을 따라 갔다. 안부에 이르면 전방에 342봉이 버티고 있다. 우측으로 임도가 휘감아 올라가고 좌측으론 밤나무 농장의 작은 길이 갈라지고 있다.

지도를 확인하니 임도는 마루금과 멀어지는 형상이고 농장길이 우회길인 듯하다. 그냥 마루금을 따르면 될 터인데 꾀를 부리느라 좌측 농장길로 접어들었다. 잠시 편하게 산을 휘감더니 갑자기 길이 사라져 버린다. 다시 원위치를 해야 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고집을 피우게 된다. 그냥 산의 사면을 따라 치고 나가는데 길은 없고 잡목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사서 고생을 한다고 스스로 한탄을 하며 억지로 사면을 헤치고 가는데, 앞쪽 숲속에서 너구리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도망을 친다. 미안타!

묘지를 만나 주변을 돌아보는데 도저히 더이상 진행을 할 수 없다. 결국 능선을 목표로 위로 치고 올라 갔다. 한참을 낑낑대며 능선에 올라서니 길은 있지만, 정맥길은 아니다. 다시 정상을 향해 헉헉대며 올라 갔다. '342봉' 정상이다.

 


   

# 어느새 석양빛이 물든다.

 

 

 

# 342봉, 꾀부리다 곤욕을 치렀다.

 

 

 

잔머리의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다시 출발했다.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형상이다. 한참 진행하는데 우측 아래로 임도가 따라오고 있다. 결국 342봉 안부에서 임도를 따랐으면 편하게 올 걸 그랬다. 오늘 구간은 임도를 따르면 차령고개까지 그냥 편하게 갈 수 있다.

잠시 후 능선을 버리고 좌측 계곡 방향으로 내려 가라고 표지기들이 손짓한다. 내리막 길에서는 갈림길이 있어도 낙엽때문에 길이 전혀 뵈질 않는다. 어둡기 전에 산을 벗어나려고 속도를 내는데 길이 보이지 않아 표지기에 계속 신경을 쓰며 진행했다.

그런데 한순간 표지기들이 전혀 뵈질 않는다. 뭔가 잘못되었다. 억지로 길을 헤치고 내려가 보니 묘지와 밤나무밭이 나타난다. 전방에 차령터널이 보인다. 좌측 능선으로 잘못 내려 왔다.

그냥 바로 하산해서 도로따라 차령고개로 올라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위로 치고 올랐다. 10여 분을 또 까먹었다. 잠시 후 능선에 복귀하고 곧 임도를 다시 만난다. 잠시 임도를 따르다 좌측 숲으로 들어 가고 잠시 위로 올랐다가 계속 진행하면 송전탑을 다시 만난다.



    

# 능선을 버리고 좌측 계곡쪽으로 내려 가야 한다.

 

 

 

# 한바탕 알바를 하고 다시 임도를 만났다.

 

 

    

# 다시 숲으로 들어 간다.

 

 

 

# 넓은 묘지 위에서 지나온 정맥길을 돌아본다.

 

 

 

# 쇠내골로 들어가는 길과 원덕산 쪽이 조망된다.

 

 

 

우측 아래로 임도가 게속 따라온다. 이제 정말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낙엽 때문에 길이 안보여서 계속 조금씩 알바를 해야 했다. 17:50. 차령고개에 내려 서는데 백곰님 부부가 택시를 불러 놓고 반겨준다.

 


# 차령고개. 백곰님이 반겨준다.

 

 

 

# 폐쇄된 차령고개 휴게소.

 

 

 

날머리에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백두대간 졸업할 때 외에는 처음이다. 백곰님 부부는 부창부수(夫唱婦隨)로 산사랑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이때 마눌이 같이 있었으면 딱인데 말이야...

백곰님 덕분에 편하게 천안까지 돌아오고 저녁 대접까지 훌륭하게 받았다. 우리 동네 수리산 번개를 한번 쳐서 신세를 갚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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