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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길이야기 (84)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영남대로]2구간(양재역 ~ 판교역) 1986년 가을. 대학 졸업반이었던 나는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서울로 상경했다. 졸업 전에 어찌어찌 직장을 구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처음에는 종로에 있는 본사에 잠깐 근무하다가 곧 성남에 있는 연구소에 발령이 나 성남으로 근거를 옮겼다. 회사 연구소는 성남 야탑동에 있었다. 당시의 야탑은 화훼농원과 갈매기살 전문식당 밀집지였다. 시골 깡 촌놈 출신인 나는 갈매기살이 진짜 갈매기를 잡아 요리한 것인 줄 알았다. 나는 군 생활을 해안에서 복무해 갈매기를 잘 안다. 갈매기는 원래 덩치만 컸지 살은 거의 없고 그 살조차 생고무처럼 질겨 식용이 불가능한 조류다. 그런 갈매기로 요리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는데, 막상 가서 보니 갈매..
[영남대로]1구간(숭례문 ~ 양재역) 박제가(朴齊家)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실학자다. 본관은 밀양(密陽)이다. 자는 차수(次修)·재선(在先)·수기(修其), 호는 초정(楚亭)· 정유(貞蕤) 또는 위항도인(葦杭道人)이다. 승지(承旨) 박평(朴坪)의 서자로 한양에서 태어났다. 조선은 신분 질서가 엄격했던 사회다. 출신 성분이 서얼인 박제가에게 사회적 차별은 천형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회든지 천재성은 차별을 뛰어 넘는다. 박제가가 바로 그러했다. 재주가 뛰어났던 그는 일찍부터 시(詩)·서(書)·화(畵)로 명성을 얻었다. 천재성과 명성은 인간관계와도 연결된다. 좋은 소리는 좋은 귀를 가진 이가 알아보는 법이다. 그는 이덕무(李德懋)·유득공(柳得恭) 등 북학파들과 교유하면서 북학의 선구자인 연암 박지원(朴趾源)을 ..
[지리산 둘레길]10구간(위태~하동호) 2011년 가을. 나는 낙남정맥(洛南正脈) 종주 중이었다. 낙남정맥은 우리나라 아홉 정맥 중 제일 남쪽에 위치한 정맥이다. '정맥(正脈)'이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우리나라 산맥의 뼈대를 이루는 산줄기를 말한다. 백두대간은 남녘땅에 아홉 개의 정맥을 거느린다. 그 정맥들은 이 땅의 척추인 백두대간에서 갈래 쳐 나와 이 땅 곳곳의 뼈대 역할을 한다. 대부분 백두대간에서 출발해 북에서 남으로 혹은 동에서 서로 뻗어내려 바다나 강으로 잠긴다. 그러나 낙남정맥은 백두대간의 종착지인 지리산에서 출발해 하동, 진주, 사천, 고성, 함안, 마산을 거쳐 김해 동신어산을 마지막으로 찍고는 낙동강에 잠긴다. 지나는 고장이 가야의 옛땅이고 유일하게 서에서 동으로 동진(東進)하는 모..
[지리산 둘레길]9구간(덕산~위태) '도(道)'와 '덕(德)'은 동양사상의 가장 대표적 개념이다. '도(道)'는 한자 해석 그대로 '길'을 가리킨다. 그 길은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할 올바른 길이다. 따라서 도는 '진리(眞理)' 그 자체를 의미한다. 반면 '덕(德)'은 길을 바른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으로써 인간이 진리를 사고하여 지성으로 획득하며 이를 실천하여 인격으로 갖춤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도(道)와 덕(德)은 진리와 실천이 함께 일어나 '도덕(道德)'이 되고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나 바람직한 행동 기준으로 역할한다. 덕(德)의 본 글자는 '덕(悳)'이다. 그 해석의 출발은 '득(得)'이다. 중국 후한(後漢) 시대의 '허신(許愼)'이 편찬한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덕을 ..
[삼남길]15구간(건양대학교~고내3리) 오래된 이야기이다. 1982년 6월. 나는 군 입대를 위해 논산훈련소를 향했다. 진주에서 열차 타고 논산에 도착한 것은 전날 오후였다. 어느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 묵은 후 아침 일찍 이발소에서 머리를 빡빡 밀었다. 그때 내 머리카락은 여성들처럼 단..
[삼남길]14구간(경천중학교~건양대학교) 1894년 11월 8일. 신새벽. 경천(敬天)장터는 동학군(東學軍)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공주지방 최대의 장터로 알려진 경천장이었지만, 만 명의 동학군을 수용하기에는 벅차 병력은 장터를 넘어 고을 외곽까지 가득 메웠다. 흰옷 입은 동학군이..
[해파랑길]9코스/일산해변~정자항 말(馬)은 인류 문명의 발달에 큰 기여를 한 가축이다. 날렵하고 민첩한 데다 힘까지 갖추고 있어 승용(乘用)과 역축(役畜)의 용도로 가축화가 되었다. 승용은 사람의 이동수단의 역할이고 역축은 농사를 짓거나 수레를 끄는 사역의 용도이다. 말의 가축화 역사는 소나 양 같은 다른 가축에 비해 비교적 늦은편이다. 소가 1만 년 전에 가축화된 것에 비해 말은 약 6천~5천 년 전에 가축으로 길들여졌다. 그 시작은 유라시아 스텝의 서쪽 지역이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러시아 남서부, 카자흐스탄 지역인 유라시아 스텝의 야생마가 가축으로 길들여진 후 점차 다른 지역으로 사육 범위를 넓혀 갔던 것이다. 스텝 지역의 유목민들은 말의 속력과 견인력을 전쟁에 활용하였고 이 압도적인 전투력은 ..